걸어가는꿈

'정치적' 병역거부는 이상할 게 없다

공현 2013. 10. 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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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병역거부에 대해 누가 페북에 쓴 글을 보고

: 한나 아렌트는 '시민불복종' 문제를 다루며, 그것을 양심의 자유가 아닌 결사의 자유 문제로 파악한다. 한나 아렌트가 거기에서 예로 든 게 (베트남전 반대 정국에서) 병역거부 문제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시민들의 결사를 통해 구성된 국가 안에서, 그 국가의 법과 뭔가 다른 뜻을 가진 일부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결사의 자유를 행사하여 다른 원리를 내세우며 불복종을 하는 것이라고 할까. 그리고 헌법은 법에 대한 그러한 불복종에 대한 법적 원천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이 경우에 불복종(병역거부)은 평화주의이든 반전이든 무엇을 걸고 있든 간에 하나의 정치적 행위로 파악되고 있다.
(종교적 신앙에 따르면서 병역거부를 따로 공개적으로 선언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 종교집단의 결사의 자유로서의 맥락에서 또 다른 정치적 의미를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 국가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에 그 국가를 지키는 군인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어째서 병역거부의 이유가 될 수 없는가? "니가 군인이 되는 거랑 밀양에 국가폭력이 가해지는 건 별개"라고? 그러나 군인이 된다는 행위는 내가 살인 등에 참여하는 것을 각오하고라도, 또 자기의 자유와 시간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라도, 국가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또한 군인이 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이 일체화되는 가장 가시적이고 확실한 형태이기도 하다. 국가의 정의롭지 않은 운영과 행동은 내가 군인이 될 수 없다고 느끼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과연 내가 이 국가를 지켜야 하는지 의문스러울 테니 말이다.

또한 반대로, 자신에게 부과된 병역의무에 대해서 거부하는 형태로 현재 국가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이상하지 않다. 특히 국가폭력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라면, 국가의 폭력을 비판하는 관점에서 병역거부 문제는 서로 연관이 되어 있다.

(직접적 연관이 있느냔 식으로 따진다면, 이런 식의 질문도 가능할 것이다. "국정원이 온라인 조작을 한 거랑 님들이 집회에서 촛불 드는 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촛불을 든다고 국정원이 개혁되나요? 행진은 왜 하나요? 글은 왜 쓰나요?" 어차피 그런 정치적 행동 대다수는 '행위만' 떼어놓고 보면 서로 아무런 '직접적' 연관이 없는 행위들인 것이다.)

: 다만 나는 국가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에 병역거부를 한다고 하는 게, 흔히 말하는 세부적 구별에서 '완전병역거부'(모든 형태의 전쟁 참여, 군사 행위 참여를 거부하는 것)가 아니라 '선택적 병역거부'(특정한 형태의 전쟁, 군사 행위 등을 반대하여 참여를 거부하는 것)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실제로 대체복무제를 운영하는 여러 나라들도 선택적 병역거부자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물론 나는 선택적 병역거부라고 그래야 한다고 보진 않지만-

그런 세부적인 토론이라면 더 많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아, 제 병역거부의 이유는 '국가가 불의해서', 는 아니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