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벌점제 폐지 쟁점에 대한 회의

공현 2014. 8. 26. 21:55

요새 제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어떤 건가...
벌점제 폐지가 왜 시큰둥할까요?

분명히 벌점제가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벌점제를 폐지한다고 하니까 꽤 시큰둥하네요...

뭐랄까 ...?
'체벌의 대체로 벌점제가 들어오는 것'에는 굉장히 화가 났고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벌점제'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그렇게 강하게 문제라고 생각 안 하는 거 같아요 스스로가.

.......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그게 어떤 느낌이냐면요. 음.

일단 체벌은 신체적 폭력이기 때문에 굉장히 잘못된 거고 대안 이전에 당연히 없애야 하는 거고.

그런데 벌점제는 문제가 있는 제도이고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게 당장 당연히 없애야 한다는 생각은 안 드는 정도...?

근대 형벌 시스템을 보는 거 같은 기분인가 0_0

말하자면 체벌은 사형이나 태형에 속하는 문제고
        벌점제는 징역형이나, 세게 말하면 신상공개 제도 정도 수준??
문제도 있고 비판적이지만 당장 없애자고까지 하고 싶진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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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일까 생각을 해보면, 결국 벌점제가 없어진다고 크게 바뀔 거 같지 않아서...
예를 들어, 듣기론 성남의 어느 학교는 벌점제 폐지하라고 했더니 그럼 지각 3번 하면 징계위(선도위)에 회부하는 방안을 도입한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체벌이나 벌점제 대신에, 지각을 계속 하는 학생이 있으면 왜 지각을 하고 시간을 못 지키는지 잘 얘기를 해보고 개선을 해나갈 방안을 찾던가, 아니면 지각을 하는 것도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는 그런 교육을 바라는 건데.
이 학교 놈들은 벌점제를 없애라고 하면 벌점제 대신에 징계를 하는 길로 틀어버린단 말이죠.
또는 벌점도 없으니까 그냥 난 체벌하겠다고 하면서 기합 주는 교사들이 늘어날 거 같기도 하고요.


결국 소위 '생활지도'의 마인드와 방식 자체의 문제이고
학교 규칙 자체의 불합리함이 문제인 거고
근데 그런 건 안 건드리고 벌점이냐 징계냐 생각의자냐 그러고 있는 게 갑갑한 거 같아요.


차라리 벌점제를 두더라도 벌점제도를 수업 시간에 수업 진행을 위해 쓰는 강제력으로만 한정지어 놓고
생활지도니 지각이니 그런 데는 벌점을 적용할 수 없게 하고 교사의 자의적 행사를 금지하라고 하는 게
(그리고 심각한 폭력, 차별 행위 등은 벌점과 관계 없는 조사, 징계 대상으로 넘기고)
형벌 시스템으로만 보면 합리적이려나 싶은 느낌적 느낌 0_0

이 건 학교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는 게 큰 거 같네요. 이들은 "벌점제 없애고 회복적 지도를 하자"라고 해도 징계 강화로 생각하니까. 그리고 그게 학교 교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한국의 학교라는 시스템과 구조 속에서 당연히 그렇게 흘러가는 거 같아요.

우리는 처벌 대상인 것과 아닌 것을 재정의하고, 학교 환경을 바꾸고, 처벌이나 지도의 방식을 바꾸자고 하고 있는데,
저들은 벌점으로 처벌하냐 기합을 주느냐 때리느냐 교실 뒤에 서 있게 하느냐 그걸 가지고 토론을 벌이는 걸 보는 암담함.


"벌점제 폐지의 대안이 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데
학교 자체가 바뀌는 게 대안 아닌가 싶어요.
지금 학교는 너무 많은 걸 통제하려 들고 너무 많은 걸 처벌하려 들고
그러면서도 정작 핑계로 대는 건 수업 진행을 위한 교권 운운하고 있지만 '생활지도'니 뭐니 하는 걸로 잡는 게 더 많고

수업 진행을 잘 하고 싶으면 교실 여건, 수업 여건, 학생 수 감축, 수업 시스템이나 교과 개선 등이 더 중요한 건데 그건 손도 안 대고 있고.

벌점이냐 아니냐로  쟁점이 그어지는 건, 체벌 문제와는 별도로, 별로 의미없는 쟁점인 거 같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