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당신의 청소년 시절에 위로를 - 아수나로 10주년 후원 호소 글

공현 2016. 7. 20. 11:53
당신의 청소년 시절에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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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부당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가정과 학교와 학원에서의 폭력, 학교에서의 용의복장규제나 학습 강요, 일터에서의 무시와 저임금, 각종 차별과, 그리고 입시경쟁 등 교육의 문제들... 그런 경험들은 우리의 존엄을 침해당한 상처와 기억으로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가령 저는,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 상습적으로 수업 시간에 잔다는 이유로 쓰레기통에 물을 받아와서 한 학생에게 끼얹어 버린 일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 모멸적인 대우에 왜 저도, 같은 반의 학생들도, 모두 한 마디 말도 하지 못했을까요? 아니, 왜 오히려 다들 웃음으로 상황을 얼버무렸을까요? 두발단속을 하는 교사에게, 내 머리카락이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가, 지시에 따르지 않고 반항한다며 추가 벌점을 받았던 일도 기억합니다. 아니, 억울함을 호소하고 항변하는 것도 못할 일인가요? 시험 점수가 잘 안 나와서 울고 두려워하고 고민하고, 문제풀이만 시키는 수업에 숨 막혀 하고, 입시 준비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자신을 전시하는 상품이 된 듯한 기분에 우울감에 빠져들었던 시간을 기억합니다. 그밖에도 우리의 삶에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자식이라는 이유로, 학생이라는 이유로 당했던 많은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교수님께서 청소년운동은 '소수자운동'이 아니라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누구든 청소년이었던 적이 있는데 어떻게 소수자냐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모두가 청소년의 마음을 갖고 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기억을 외면하고 미화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침묵했고 상처받았고 비굴했고 무력했던 자신을 마주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어느 누군가는 손쉽게, ‘역시 요즘 애들은 우리 때랑은 다르다’라고 현재의 청소년들과 거리를 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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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마주하고 위로를 보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내가 미성숙하고 무력하고 잘못해서 겪은 일이 아니었다고. 실은 그건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부당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의 문제였다고. 매 맞고 모욕당하는 친구와 자신의 모습을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때로는 경쟁에서 남을 짓밟고 차별하기도 하고, 가해자에게 동조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 요구받은 비겁함이었고 폭력성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청소년 시절을 위로하고 이 세상에 '복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가 그렇게 상처받게 했던 세상을 바꾸는 일일 것입니다. 체벌과 학대가 금지되고 사라질 때, 체벌과 학대 앞에서 침묵했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상처와 그 부당함을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또 다른 우리들이 앞으로는 그런 부당한 침해와 상처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의 청소년 시절에 위로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지금 청소년들의 권리를 위해 행동하는 아수나로에 힘을 보태주세요. 참여를 할 수도 있고, 후원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와 미래의 모든 청소년들이 더 사람답게 존중받으며 살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과거의 청소년들을 위로하고 회복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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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과거에 고등학생운동을 했고, 청소년운동을 했던 분들은 '운동'을 하면서 부딪혀야 했던 많은 장벽과 억압들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 변하지 않은 세상에서, 지금 청소년운동을 하는 이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박명균 씨의 《나는 언제나 술래》에서 고등학생운동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이 우리의 싸움 상대로 어머니, 아버지를 먼저 내세운 것인지도 몰랐다."라고 회상한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부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지금의 활동가들을 응원해주세요. 그 응원이, 운동의 어려움이 반복되지 않고 개선될 수 있게 만들고, 그리고 옛날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도 회상과 공감의 계기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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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10주년을 맞이하여 후원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단체들도 10년을 가기가 어려운데, 청소년운동 단체가 10년을 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토록 오래 버텨온 단체는 정말 청소년운동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만하지요.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아도, 그만큼 청소년운동도 청소년들의 현실도 아직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위로가, 아수나로에 대한 후원과 지지로 나타나기를 소망해봅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10주년 후원행사 :
http://www.socialfunch.org/asunaro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