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이유 없음

공현 2017. 9. 8. 17:33

이유 없음


그때 나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저 습관 같은 것일지 모른다
힘내야 할 것도 인내해야 할 것도
이유도 없이 정해진 노선 따라
아무도 정해주지 않은 목적지로
굴러가고 있었으니까

어깨에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모르는 사람의 머리가 얹혀있다
고작해야 나란히 앉았을 따름인
다른 사람의 무게를
머리칼을 조금의 알콜냄새를 숨소리를
입을 다물고 지지하며

휘어질 때마다 빨라질 때마다
남겨져서 휘청이고 무거워진다
가속도는 무게다
가속도는 만남이다
죄도 없이 대가도 없이
이유도 없이 짊어져야 한다

삶은 이유가 없어도 기각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유 없이 정한 목적지면 된다
나는 곧 일어나야 하겠지만
어깨에 놓여있던 무게에
주저하긴 할 것이다
사실 나는 슬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