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활동가로서, 강의석 씨에 대한 짤막한 생각

공현 2008. 10. 1. 10:28


일 + 서평대회에 낼 글(상금에 눈이 먼...)을 쓰다가 지겨워져서,

이번에는 강의석 씨 떡밥(??)에 편승해볼까 하는 마음에 짤막하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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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석 씨와는 가끔씩 보기도 하고 일 때문에(서로의 행사 때문에...) 연락을 주고받기도 하는데,
뭐 언제 한 번 같이 술이라도 마시면서 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다면 직접 이야기했을 테지만,

아직 그런 기회는 없었고 또 지금 쓰는 이야기가 이야기할 만한 것인지 좀 판단이 잘 안 서서 블로그에만 써둔다. (라지만, 강의석 씨가 여기에 와서 직접 읽으실 수도 있겠지 --;;;)




일단 군대 폐지 등의 논의를 이번 기회에 이 사회에 전면적으로 제기하신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단독군비축소->상호군비축소 과정과 그 연속선상에 있는 군대 폐지에 동의하고
또 간혹 그런 주장을 말과 글을 통해 피력하는 나로서는,
그리고 그러면서도 청소년인권운동에 바빠서 평화/군축/병역거부/징병제폐지 운동에는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감사하다는 말을 우선 해야 할 것이다.

(같은 이유에서 전쟁 없는 세상이나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분들에게도 항상 뭔가 빚진 기분을 느끼고 있다.
스스로 병역거부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 중 하나로 느끼고 있고 현재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징병 문제가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복무희망자 - 양심적.사상적.종교적 병역거부자의 인권존중이란 차원만은 아니다. 군대의 존재 자체가 반인권적인 면이 있으며, 이에 대한 비판과 재구성이 필요하다.)



원래 우선, 하면서 하는 좋은 말 앞에는 쓴소리가 나오는데 어김없이 그 수순을 밟자면-

그러나 강의석 씨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그것이 강의석 씨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생기는 노이즈 마케팅(???)이다.

지금 인터넷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군대 폐지 자체에 대한 논의와 강의석 씨 개인의 행적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들 등등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다.
만일 군대 폐지 논의 자체를 이 사회에서 생산하고 싶었다면 오히려 강의석 씨가 전면에 나서지 않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라고 쓴 것은 강의석 씨가 그런 노이즈까지 이슈화의 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려는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이 사회의 언론과 사람들의 이슈화 방식 & 인식 방식의 문제인 것인지는 내가 말하기 애매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운동[내 경우에는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판단하기에는,
 강의석 씨와 같은 방식의 이슈파이팅은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런 급진적인[radical] 주제에서는 좀 더 꾸준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할 수 있는데, (물론 이런 이슈파이팅 자체가 장기적인 꾸준한 접근의 일부일 수 있다.)
강의석 씨 개인이 너무 부각되고 크게 보이기 때문에 주제 자체나 운동 자체를 부각시키고 키우기에는 부적절한 면이 좀 있다고 할까.
한 유명인이 부각되는 방식의 운동은 집단적이고 장기적인 운동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는,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너무 가혹하고 매정한 말일 수 있지만,

강의석 씨처럼 유명하기 때문에 앞에 나서면 주제 자체보다는 강의석 씨 개인이 주목받는 그런 사람들은

운동에서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일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자신이 유명해졌기 때문에 자신의 활동에 스스로 제약을 달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 불행한 일이다.
(나는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고등학교 때 학교 안에서 나름 유명한 상태에서 청소년인권운동을 해보았고 이런 이유로 내 활동 영역에 제약을 달아보았기 때문에 그것이 답답하고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불행한 일이며 일종의 희생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강의석 씨에게 그것을 직접 요구하기가 어렵다. 말하기도 어렵고...
나 자신에게는 요구할 수 있는 준칙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요구하기에는 좀 희생을 강요하는 듯해서, 말하기 어려운 그런 준칙.

그렇지만 인터넷에 있는 글들을 몇 개 보다보면 계속 그런 생각이 들고 만다 -_-;;

강의석 씨처럼 튀는 젊음이 더 많아야 한다, 라고 말하지만
튀는 젊음이 많아서 개인이 조명을 안 받고 튀는 운동이나 집단적 흐름이나 행동이나 주제들이 조명을 받으면 좋은데
문제는 강의석 씨 혼자서 조명을 받으니 ;;; 쿨럭
현 시점에서 이 사회의 한계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사족1 : 결국 이 글도 군대 폐지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강의석 씨에 대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뭐 어쩌겠어.

사족2 : 강의석 씨는 자신의 생애주기에 충실한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학내종교자유였고 20대에는 군대니까. 나처럼 청소년인권활동가 정체성으로 자신을 두고 있는 사람과는 활동의 동기나 패턴이나 방식이 약간 다르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별 의미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족3 : 강의석 씨는 어떤 문제에 대한 질문에, 다른 질문으로 답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평소에 만났을 때도 그런 걸 좀 느꼈는데, "군대?" 웹페이지에서 보니 그런 경향이 좀 보인다.) 
어떤 것이 당연하다고 전제하고 그 전제 속에서 질문하는 것에 대해 역질문을 통해 당연한 것을 의심하게 하는 대화 방법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게 부담스럽거나 불쾌하거나 불친절한 말하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셔야 할지도;
특히 이런 식의 정보가 부족한 새로운 이슈에서는 말이다.

사족4 : 이 건에 대해서 강의석 씨를 옹호한다는 느낌의 글 중에서도 그런 주장도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다양성의 일부로 용인하자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냥 그렇게만 말하고 넘어가는 것도 강의석 씨의 의도를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군대 폐지 문제에 대해 논쟁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