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1 12:35 :: 걸어가는꿈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이후에 곧장 쓰려고 했는데, 뭐 어찌어찌 좀 정신 없이 지내다보니...
그렇게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고,,,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을 "좌파/진보진영의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이 되는 문제라거나 뭐 대충 그런 류의 이야기들에 대한 삐딱한 반응이랄까, 그런 것.
그러니까, 민주노총이라고 해서 특별히 성폭력을 해선 안되다, 뭐 그런 윤리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죠.
물론 모든 사람들은 성폭력을 해선 안 되고, 모든 모임들은 성폭력을 은폐하려고 하거나 소홀히 다뤄선 안 된다, 이렇게 보편적인 윤리는 당연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이건 아니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고 이를 은폐하려고 하거나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책임을 묻고 바꿔 나가야 할 것들입니다.
(가해자 개인이 아닌 민주노총 또한 책임이 있는 것이, 가해의 맥락이 민주노총이란 조직의 움직임이나 당시 정황과 무관하지 않고, 성폭력 가해자가 조직 중심부의 일원인데 평소의 성차별적 인식이나 성폭력 예방의 미흡함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고, 또 이후 사건 처리에서도 잘못한 것들이 있지요.)
하지만 "진보진영의 대표격인 민주노총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은폐하려고 하다니 어찌 그럴 수가!!" 뭐 이런 반응은 좀, 근거가 없달까,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만들어진 이미지에 안주하고 있다고 해야 할지... 보수는 실용이 중요하고 진보는 윤리(명분)이 중요하다. 뭐 그런 류의 만들어진 이미지.
민주노총이니까 더 윤리적이어야 하고, 그러니까 더 까여야 한다- 이런 건 글쎄요;
민주노총은 뭐 단순하게만 분류하면 "노동운동"(또는 노동자/자본가 의미에서의 계급운동)을 하는 조직입니다.
그런데 "너희는 노동운동을 하는 조직이니까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특히 민감하고 윤리적이어야 해"라고 하면 뭔가 - 흠; 민주노총이 성폭력에 더 윤리적이어야 하는지 어떤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예컨대 성폭력상담소나 반성폭력운동을 하는 곳이나 여성주의 단체에는, 성폭력에 더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요구할 수도 있겠죠.)
제가 "특히 윤리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하지 않고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건, 민주노총에서도 직장내 성희롱이건, 성차별이건, 그런 것에 대한 운동도 하고, 여성위원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좀 애매-하단 거죠
제가 애초에 "진보"라거나 "진보진영"이라는 규정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진보"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특히 더 윤리적이어야 한다거나 하는 건 별 근거가 안 보여요.
"보수"나 "진보"나, 자기가 주장하는 것 자기가 하는 말에 자기 삶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하고 일관되어야 한다는 뭐 그런 요구는 윤리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받을 수 있지만요.
요컨대 진보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더 윤리적이어야 한다거나 더 훌륭해야 한다거나 하는 요구는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부터 이 사회가 그렇게 성폭력에 민감했나 싶기도 하네요. -_-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처음 기사를 봤을 때, 솔직히 별로 놀라진 않았어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느낌이었달까요.
성폭력이 있을 수 있는 일이란 게 아니라.. 특별히 민주노총이라서 놀라진 않았단 거죠.
(예전에 운동사회 성폭력 100인위 활동 자료집을 구해서 읽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럴지도 -_-;)
뭐, 이런 말을 하면 "대중의 인식"이라거나 "조직의 이미지"라거나 기타 등등,
방법론적인 이야기들로 저를 비판할 거리들은 많겠지만
아 성명서나 언론 작업 할 때나 그럴 때는 그런 거 다 고려하고 얼마든지 방법적으로 움직일 테지만
솔직한 심정은 이렇다구요-
어찌 되었건 이번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바랍니다.
그 '해결'이 피해자의 치유이건, 가해자의 변화이건, 민주노총의 반성이건...
민주노총 지도부의 총 사퇴는,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직접적으로 달성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p.s.1 최근에 '반차별공동행동' 워크숍 겸 MT를 갔을 때
남는 시간에 "가치관 경매"라는 게임을 했는데
"가부장제 철폐"가 3700만에 낙찰되었다지요. (1인당 1억씩 쓸 수 있고)
"이명박 퇴진"이 600만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부장제 철폐에 대한 염원은 이명박 퇴진보다 6배는 더 절실한 것 같습니다.
p.s.2 성폭력은 어떤 특별한 사건이 아닌 일상의 연장이고 일상이니까
저부터 갈고 닦아야겠지요.
p.s.3 마찬가지로, "그래도 우리가 인권운동하는 사람들인데"라면서 더 많은 윤리나, 더 많은 소통이나, 더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일종의 특권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Tracked from pfcolor's me2DAY | 2009/02/11 15:33 | DEL
창틀에 걸린 꿈들 :: 민주노총은 성폭력 하면 안되나여? (낚시성 제목-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