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정명훈 씨 떡밥에 대한 짤막한 몇 마디

공현 2009. 3. 24. 11:53

특별히 블로고스피어에서 이슈가 되는 떡밥들에 대한 포스팅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떡밥들 중에서도 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내가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활동가로서 발언할 만한 거리가 있는 내용에 대해서만 글을 쓰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정명훈 씨 관한 떡밥들은 내가 발언할 만한 거리가 별로 없는 쪽에 속하고,

그래서 딱히 말을 하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글을 주욱 읽어보다보니 좀 황당스러워서 짧게 남긴다 -_-;



정명훈 씨의 반응이 '상식적'이라고 하는 글도 봤고, 밤 늦게 찾아간 사람들이 무례하고, 그거 가지고 기사 올리는 게 또 전도했다가 거절당해서 열받은 전도인 같다는 글도 봤고, 이런 건 기사가 아니라는 글도 봤는데, 뭔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 현재로서는 레디앙 기사 외에 이 건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없으므로, 레디앙 기사에 써있는 팩트들이 사실이라는 전제 속에 쓴다.


1. 이런 건 기사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 : 기사란 어떠해야 한다, 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있는 게 오히려 블로그 미디어, 인터넷 언론의 추세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또 페미니즘적 관점에서건 일종의 리버럴리즘의 관점에서건 정형화된 기사의 틀을 벗어나서 자신의 언어로, 그리고 감정을 다루는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목수정 씨의 해당기사는 '종이신문'에 싣기에 적절하진 않다. 왜냐하면 군더더기가 많고 분량이 많아서 지면에 실으려면 낭비가 심하다고 느낄 테니까.
그러나 인터넷 언론에선 그런 부담없이 글을 실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너무 종이신문 중심의 '기사 문화'(일종의 형식화된 글쓰기일 수 있는데)에 익숙해진 건 아닌가 싶다.
목수정 씨의 글을 보다 보면 좀 과하게 격한 것 같은 부분도 있긴 한데,(예컨대 호텔 종업원에 대한 묘사 등) 그 부분에 대해 나는 감정적이거나 사적 감정이 표현되어 있다고 해서 비판하는 게 아니라, 그런 비난에 약간은 부당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기에 비판할 것이다. '감정적인 글'인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2. 정명훈 씨의 반응이 상식적이라는 것에 대해  : 늦게 찾아간 것에 대한 상식적인 반응이라면 "밤 늦은 시간이니까 날 밝은 후에 다시 찾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게 상식적 반응이 아니라 -_-
따라서 이 문제는 밤 늦은 시간에 갑작스레 찾아갔냐 안 찾아갔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명훈 씨의 말 속에 담겨 있는 그 사람의 생각이나 사고방식에 대한 문제이다.
정명훈 씨가 밤 늦게 찾아왔으니 날 밝은 후에 오시라고 했는데 그걸 가지고 쫓겨났다, 정명훈은 사상의 오물 종합세트다, 라고 글을 썼으면 오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아니잖은가?
아, 물론 어떤 사람들이 쓴 걸 보면 단지 그런 류의 상식의 문제 뿐 아니라 정명훈 씨의 말 그 자체가 상식에 속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다지 그게 '상식' 같진 않다. "그 사람들이 노래를 얼마나 잘한다고, 그 사람들을 꼭 구해야 돼요?" --> 이런 게 상식적 답변인 걸까? 부당한 해고를 당했을 때 "꼭 구해야 돼요?"라고 묻는 게?
아님 내가 아는 상식이 잘못되었나? 하긴 상식은 대개 보수적인 사회의 인식을 담고 있고, 그렇기에 부르디외는 사회학자는 상식과 타협해선 안 된다고 하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나는 기독교인들이 전도를 하다가 만난 사람에게 저런 식으로 비난을 당하고 그 사람이 정명훈 씨처럼 말을 했다면 얼마든지 씹는 글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명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정명훈 씨가 드러낸 생각의 편린들과 태도에 경악한 것 아닌가?
정명훈 씨가 당연히 서명을 해줘야 하는데 지지를 해줘야 하는데 안 해줬단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방식과 태도가 문제인 것 아닌가?


3. 음악인? : 나는 정명훈 씨가 100% 음악인으로서 반응했다면, 만약에 그 합창단 분들이 실력이 부족해서 잘린 거라면, 정명훈 씨가 그 사람들에게 음악 실력을 더 갈고 닦으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동의하진 않지만, 정명훈 씨가 스스로 노동자라고 생각을 않는다면. 그러나 정명훈 씨의 말은 결국 예산 문제, 라는 거였고, 그건 경영자나 자본가의 입장이다. 결국 '음악인'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될 만한 반응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