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요정이야기

공현 2008. 1. 8. 01:27
콩트 비슷한 것. 우화라고 생각해도 좋고, 동화라고 생각해도 좋긴 하지만.
만화로도 한 번 만든 적이 있던.


요정 이야기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여느 때처럼 엄마 품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 요정은, 밤에 숲에서 길을 잃고 외로움에 떠는 아이에게 나타나, 날이 밝을 때까지 말동무가 되어준다고 한단다.”
 아이는 달과 별과 숲을 바라보며, 그리고 엄마에게 요정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여느 때처럼 동무들에게 요정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엄마가 요정 같은 건 없다고 했어!”
 “그래 우리 아빠도 그랬어!”
 “거짓말하지 마, 이 거짓말쟁이야. 네가 요정을 만난 적이 있어?”
 “요정이 있다면 우리 공부도 다 해주면 좋겠다. 왜 안 해줘!? 착한 요정이면 우릴 도와줘야하는 거 아냐?”
 동무들은 여느 때처럼 그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화를 냈다.
 아이는 알 수 없었다.
‘ 요정을 만나지 못했으면 요정이 없는 걸까. 내가 만나보지 못한 우리나라의 왕자님은 없는 걸까.’
 아이는 둘러싸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에게서 울면서 도망쳐 나와 엄마에게 갔다. 그러나 엄마는,
 “요정이라니, 무슨 소리야! 엄마 피곤하니까 그런 거 물어보지마. 그런 게 어디 있어!”
 아빠도,
 “아직도 그런 걸 믿는 거냐? 그런 건 없는 거야! 아무도 못 봤으니까 말야. 그런 걸 고민하느니 커서 뭐가 될 지나 한 번 생각해봐라!”
 ‘오리너구리는 아직 아무도 보기 전까지는 없었던 걸까.’
 아이는 얼마 전에 들은, 새로 발견되었다는 그 우스운 동물을 떠올렸다. 아이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는 화를 내는 엄마, 아빠가 무서워, 울면서 집을 나왔다.
 하지만 하얗고 까만 높이 솟은 집들 사이로 지나가는 엄마, 아빠만큼이나 키가 큰 사람들은 아무도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아이가 말을 걸어도 자신을 부른 게 아니라 여기는지, 그저 피곤한 얼굴로 지나칠 뿐이었다.
 아이는 생각했다.
 ‘난 지금 집들과 사람들 모양을 한 나무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걸까.’
 아이의 생각에 말을 걸었을 때 반응이 없는 것, 그건 나무와 동물들과 사람들 중에 나무들뿐이었다.
 아이는, 계속 헤매다 어느새 멈췄던 눈물을, 다시 흘렸다. 지금까지 아이는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는 지금 생전 처음 느끼는 외로움에 무서워하고 있었다.
 아이는 울면서 달렸다. 계속. 그리고, 요정이 나타나 주었으면, 했다. 그러나, 요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는 어느새 정말 숲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날이 저물어 있었다. 달이 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요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새 아이는 한 커다란 나무에 이르러 있었다. 아이는 그 나무에서 자기가 들어가 있을 수 있을만한 구멍을 발견했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가 거기 있었던 듯한, 그 구멍에 기어 들어가서, 울었다. 요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의 눈물을 먹고 나무 속에서 덩굴이 자랐다. 달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아이는 계속 요정을 생각하며 울었다. 요정은 아이에게 와주지 않았지만, 아이는 계속 요정을 생각하며 울었다. 그러자, 그 아이 때문에 그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간혹 요정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는 그렇게 울고 있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그렇게 아이는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