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서울민주진보교육감후보-곽노현으로... / 청소년 참여 등 그밖에 얘기들

공현 2010. 4. 15. 14:07

오마이뉴스 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64509
민중의소리 기사 http://www.vop.co.kr/A00000290513.html
프레시안 기사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414221842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결국 서울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로 곽노현 후보가 결정되었다.
우선 경선 과정이 (그리 무사히는 아니었지만) 마무리된 것을 축하하며,
곽노현 후보가 이후에도 멀쩡한[최소한 실망시키지는 않는] 교육감 후보, 그리고 나아가서 교육감이 되길 바란다.

선거 치르고 선출직 정치인 하면서 망가지는 인간들이 한둘이어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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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화 일정 : 조직선거 대중선거


이 과정에서 추대위원회 안에서도 선출 일정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었다.


경기도의 권오일-김상곤 후보 때처럼 최대한 단일화 일정을 늦춰서 시민들에게 각 후보들의 인지도를 최대한 높인 후에 막판에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빠르게 후보를 확정하고 양강 구도를 만들어가며 그 후보를 '민주진보시민후보'로 만들어나가고 알려나가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후보 결정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주장에는 한나라당, 보수세력에 이쪽 패를 먼저 보여주는 것은 지는 길이라는 식의 '카드게임론'이라거나 '공정성을 위해 여론조사로 단일화해야 하는데 여론조사는 지금 해봤자 인지도가 다들 바닥을 기니까 별 의미가 없고 의미있는 여론조사를 위해서라도 늦춰야 한다.'라는 식의 '여론조사론', '중량감 있는 후보를 더 물색해야 한다.'는 '무거운후보론'(???) 등이 주로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다.

반면 후보 결정 시기를 빠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어차피 후보가 누구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이 후보를 민주진보시민후보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후보만들기론', '주경복 때 선거운동 해보니까 선거운동 쉽지 않고 길게 준비해나가야 한다. 늦게 할수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 뿐'이라는 '선거운동준비론', '막판까지 갈수록 돈과 노력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쉽사리 단일화하기 어렵다. 너무 무모한 도박'이라는 '단일화불가능론' 등이 논거로 같이 있었다.


단순화한다면 후보 결정 시기를 빠르게 해야 한다는 쪽은 적극적으로 선거 과정에서 후보, 정책을 알려나가고 조직 후보로서 후보를 만들어가려는 쪽이었고
후보 결정 시기를 늦추자는 쪽은 좀 더 후보 선택 등에서도 상대와 서로 눈치를 보며 후보로 나올 인물들을 놓고 잔머리싸움을 하는 형태의 선거판을 구상했다고도 할 수 있다.
(편파적인 어휘가 사용되는 건, 내가 빠르게 하자는 쪽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ㅋㅋ;; 뭐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이러한 '전략적인' 형태의 인물 선거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 맥락과 연결된 논쟁으로, 조직선거 / 대중선거 논란이 있었다.

추대위 회의 중에도 이번 교육감 선거는 조직선거가 아니라 대중선거이기 때문에 후보 선정에 있어서도 '대중성 있는 후보'를 선정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심심찮게 등장했다.
여론조사 100%로 단일화 경선을 해야 한다거나, 선출 시기를 뒤로 미뤄야 한다거나, '중량감 있는 후보'를 영입해야 한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가 이 논리와 같이 다니는 이야기들이었다.

이에 대한 반론은 주로 '우리는 단지 지금 서울 시민의 입맛에 딱 맞는 후보만을 내려는 게 아니라, 민주 진보, 교육운동 속의 가치를 잘 실현시킬 수 있는 후보를 검증하고 선출하려는 것.', '대중성 있는 후보는 만들어가는 것' 등등.

사실 4월 중순이라는 후보 결정 일정은 이 둘 사이에서 일정한 타협이 이루어진 결과였다. 원래 3월 초에 후보를 결정한다는 게 계획이었던 추대위의 계획이 선거 준비에 빠듯한 4월까지 연기된 것이니까 말이다.
(5월 중순부터 본선거운동기간이고 그전에 사전선거운동이 있다고 볼 때, 4월 중순이라는 시기는 선본 구성과 조직화에 2주 정도의 시간밖에 없다는 뜻이 되며, 정당들과 달리 지역 조직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교육감 선거에서 이는 매우 빠듯한 일정이다.)



다만 이 쟁점과 관련해서, 내 입장에서 한 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있다.
이번 선거가 1000만 서울시민(정확히는 이중에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치루어지는 것이고, 그중에 '조직화된 표'는 아무리 많이 잡아봐야 50만도 되지 못한다. 아무리 투표율이 40~50%대라고 하더라도 이는 그리 결정적인 수치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방선거가 '대중선거'라는 분석은 옳은 소리이다.

그러나 조직선거와 대중선거는 모순되거나 서로 배제하는 개념이 아니다. 사실 '조직선거'가 되어야 '대중선거'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서, 그 '대중'들이 선거운동을 하러 자원봉사로 막 나서서 홍보를 하고 뛰어주기라도 하는가? 선거운동을 해나갈 수 있는 것은 결국 교육운동, 시민운동 조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먼저 조직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후보가 아니라면 본선에서도 제대로 선거운동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에 대해서 운동 단위들에게 '시민의 뜻을 따라라', '운동 단위들은 경선 관리만 하면 된다' 같은 식으로 말하는 것은 좀 지나친 이야기다. 활동가들, 아니 활동가까진 아니더라도 각 단체의 회원들은 성인군자나 기꺼이 아무 보상 없이 자기 희생을 무한정 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각 단체, 조직들이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할 만하다고 신뢰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동기 부여가 되는 후보여야 하는 것이다.


(사실 먼저 후보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선거운동을 하다가 막판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선거운동에 동원할 수 있는 충분한 돈과 사람을 갖추지 못한 후보들에게 지나치게 불공정한 방식이기도 하다. (예컨대 최홍이 후보 같은,)
그런 후보들 또한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추대위에 참여했고 연속해서 선거운동본부에도 참여하는 단체들의 사람과 돈을 쓸 수 있기에, 그리고 그만큼 운동 전체의 자원이 부족하기에 일찌감치 단일화하는 전략에 힘이 실리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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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의 참여

추대위원회 안에는 청소년 단체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를 비롯하여 5~6개의 단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추대위원회에서 시민공천단에 청소년(만19세미만)을 포함시키는 것이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어서 시민공천단을 비청소년들(만19세이상)로 구성하려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변호사 측에서 시민공천단으로 참여하는 것은 '선거운동'으로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의견을 주어서 시민공천단으로 포함되게 되었다. 그 결과 시민공천단 안에 (내가 아는 수로는) 청소년들이 8-9명 정도 참여할 수 있었다.
*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선거권이 없는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미성년자나 외국인이 대표적.
따라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추대위원회에 참여했던 청소년단체들도 이후 선거운동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개중에 청소년단체인데도 시민공천단에 청소년을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단체들에 대해서는 좀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사실 좀 청소년들도 교육감 후보 선출에 참여한다는 것을 부각시켜보려고 청소년 시민공천단들은 가능한 한 비슷한 시간대에 가서 한꺼번에 투표하자고도 해보고 아는 기자들한테 교육감 후보 경선 취재하면서 청소년 참여도 한두마디 언급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ㅋㅋ;;
아쉽게도 추대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기자들이 투표소 현장을 스케치하는 걸 금지시키고 결과만 전달하기로 해서 그런 보도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ㅠ_ㅠ

청소년들이 직접 경선에 참여해서 만들어진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라는 점에서 이번 선출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체 시민공천단 400여명 중에 고작 10명 정도지만;;)

개인적으로는, 학생들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후에 "학생들이 가장 지지하는 교육감 후보"라는 식의 홍보 전략을 세워봐도 좋을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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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서울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가 선출이 된 것으로 다시 한 번, (내 일이 줄어든 데 대해서 ㅎㅎ) 환영의 뜻을 표하며
그 과정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도 한 시름 놓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사실 정작 중요한 건 내부 경선이 아니라 본선이다.

본선에서 당선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일제고사 폐지, 두발자유 강제야자금지 체벌금지 등 학생인권조례 추진, 자사고/특목고 설립 중단, 전문계고 등 고교서열화와 다양한 학교.교육에서의 차별 해소, 무상급식 등 핵심적인 교육 의제들을 빡세게 주장하고 알리는 선거 과정이 되길 바란다.



추신

: 이삼열 후보의 사퇴 이유는 정확히 나와있진 않은데, 레디앙 기사에서는 아주 솔직하게도 "둘 다 나오면 곽노현 후보에게 질 거 같아서."라고 되어 있던데, 이건 무슨 압박스런 멘트인지...;;
박명기 후보와 이삼열 후보가 어서 자신들의 위치를 정리하길 바란다.

이삼열 후보야 정말 완전 후발주자이고 현재의 운동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추대위가 경선 과정에서 그렇게 적극적으로 시민공천단들에 대한 각 후보들이 노출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가고 관리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후발주자이고 본래는 교육감 후보로 나설 뜻이 그다지 크게는 없었던 듯하니 털고 일어서는 것도 쉬울 수 있을 것이라고도 믿는다.
 
근데 박명기 후보는 좀 추대위 운영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씁쓸한 생각이 들게 한다. 박명기 후보가 계속 뭐 여론조사 100%로 정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크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앞서 언급한 대중선거 입장을 밀어붙였는데, 이렇게 반문하고도 싶다. 수년간 같이 활동해온 교육운동 단체들 전반에게 신뢰를 잃고 있는 것 자체가 교육감 후보로서 나서기 민망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느냐고. 같이 일해온 사람들한테는 외면받으면서 서울 시민들에게는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그건 또 일종의 거짓인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