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노을로 날아가다

공현 2008. 1. 8. 01:28
노을로 날아가다


노을이 지는 게 싫어서
두 팔로 구름을 안고서
새들이 지평선으로 날아간다
지평선에 별 하나 겨우 떠오르자
새도 노을도 그 너머로 사라진다

노을을 포기한 도시에서
달에는 못 닿을 소리를 동네 개가 울고
오늘은 교통 체증이 유달리 끈적댄다 검은 아스팔트에
엔진 소리에 경적이 소리치지만
지평선 안쪽, 개도 차도 어디에도 닿지 않고 흩어진다
사람들 끝내 회색 현관을 밀고 들어가 소파 품에 안기고
고삐를 풀고 가방을 내려놓고
실 끊어진 듯 잠이 든다

하얀 별 대신 가로등 아파트 하나하나 켜진다
노을에 물든 가로등이 가로수 잎에 번진다
다들 자기 둥지로 사라지고 나면
주황 별 아래 혼자 깨어

일기를 쓴다
날개 없이 무거운 내
꿈 대신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