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1
- 오월
삼십분씩 공터에서 운동을 한다
걸음걸음 점점이 민들레들이
스치우던 작은 공터, 둘레 백걸음
어느 누가 심었을 린 없겠지만은
장벽과 걸음길 새 갓길을 찾아
무단 점거해온 민들레들
주말 동안 하얗게 머리가 세었다.
오백 걸음 천 걸음 계속 걸어도
좁은 곳을 맴도는 시멘트 벽 안
가늘어진 민들레 머리칼 뽑아
바람에 흩어본다
머리칼들은 누구나 볼 수 없는 시간에
또 이 작은 공터 변에
몇몇은 새벽녘 세어진 바람을 타고
자기 몸 앉을 자릴 무단점거해
갈 테지
나도 누구의 맘을 점거해보려
민들레 머리마냥 하얀 종이에
잉크 심어 부지런히 보내보지만
누군가 바라보는 가운데에
여럿의 눈을 거쳐 겨우 닿겠지
그저 매일 밤 무단의 꿈을 꾸는 것이
내게 허락된 오월이겠다- 2012. 05.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