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육하원칙으로 얘기해본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

공현 2012. 8. 5. 13:20


육하원칙으로 얘기해본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



(1)왜

   지금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의 필요성이 논의된 지가 제법 오래되었기에, 이 문제는 다소 분명한 답이 있다. 청소년운동이 그 목적ㅡ즉 청소년인권 신장이든 사회 변혁이든ㅡ을 이루기 위해선 다른 그 무엇보다도 집단적으로 조직화된 청소년들의 힘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현실을 공론화하고 사회적 담론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세력이 되어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고 그 실현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서기 위해서도, 조직화가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우리는 설령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더라도 청소년, 학생들이 느끼는 그 실태조차 파악할 수 없다. 우리는 교육 정책처럼 그 규모가 큰 사안에 관해 영향력 있는 투쟁을 만들 수 없다. 우리는 청소년 노동자들의 운동은 만들지도 못하고 청소년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 조사나 상담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대중조직화 없이는 이처럼 미약한 청소년운동의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껏 의제를 개발하고 활동가들을 스스로 성장시켜온 청소년운동은, 이제 그러한 방식으로는 투쟁하고 성장하는 것이 한계에 부딪혔거나 곧 부딪힐 것처럼 보인다. 더 규모 있고 강화된 운동을 준비해야 한다.


(2) 누가

   대중조직화를 고민하고 준비하고 실천할 주체는 당연히 현재 청소년운동의 주체들, 활동가들이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이든,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이든, 나는 어디에 속한 활동가들이든 이 화두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대중조직화가 기존에 존재하던 단체들의 형태여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대중조직화는 성공적 결실을 맺는다면 새로운 대중조직들의 출현이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대중조직화의 주체는 기존의 활동가이긴 하되, 기존의 단체/조직은 아닐 수도 있으며, 또 대중조직화는 그 과정에서 계속 새로운 주체를 만들어내야 한다. 대중조직화는 지금까지 청소년운동의 결실과 역사 위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며, 동시에 새로운 방식과 형태로 시작되는 변화일 것이다.


(3) 무엇을

   대중조직화의 목적어, 즉 그 대상은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대중조직화는 청소년 대중을 조직하는 것이거나, 청소년운동 대중조직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 중에서 ‘청소년 대중을 조직’하는 것이 더 넓은 의미를 포함하며, 청소년운동 대중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도 우선 청소년 대중을 조직하는 것이 요구되므로, ‘청소년 대중’을 대중조직화의 대상으로 하겠다.

   이 청소년 대중은 만20세 도는 18~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등 ‘미성년자’ 모두를 아우른다. 청소년 대중은 연령과 ‘미성년자’ 정체성에 따라 가지게 되는 공통의 이해관계나 동질성이 있지만, 동시에 그들은 성별, 계급, 장애 여부, 성적 지향, 지역 등 다양한 면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의 집합니다. 청소년 대중은 동질성과 다양성을 모두 갖고 있다. 조직화의 방식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탈학교⋅비학생 청소년이나 청소년 노동자 등 다양한 청소년들의 상황에 맞춰 달라질 것이고, 조직화의 대상 역시 그 때 그 때 다르게 정해질 수 있다.


(4) 어디서

   대중조직화는 어디서 이루어질까? 가장 유력한 장소로 꼽혀온 것은 학교였다. 만 7세~18세까지 연령대의 청소년들 중 90% 이상이 학교를 다니고 있고, 그들은 한국의 특징상 하루의 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곤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는 수백 수천명의 청소년들이 집단 생활을 한다. 학교는 여러 탄압 같은 단점이 있어도 여전히 가능성 높은 장소이다. 학교 외에 거론되는 것은 지역(마을)이나 일터 등이다. 지역은 학교보도 집중도는 덜하지만 탄압이 약하고 탈학교⋅비학생 청소년들도 조직화할 수 있으며 더 폭넓은 청소년 의제를 다루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터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는 등 기존 제도 내의 장치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중조직화가 수도권 등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아야 함은 분명하다. 청소년들의 삶의 현장에 천착하여 움직이고 투쟁하는 대중조직화된 운동의 성격상, 대중조직화는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처음부터 전국적인 조직을 건설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첫 시작은 특정 지역이나 작은 지역에서도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전국적 조직화와 네트워킹은 최종적 목표치다.


(5) 어떻게

   대중조직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고민거리일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것은 청소년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논의해가며 방법을 만들고 고치고 하면서 답을 찾아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방법, 좀 더 발전한 뒤 할 수 있는 방법, 직접 대중조직을 꾸릴 때 할 방법 등이 모두 다를 것이다.

  몇 가지만 예시하자면 우선 본격적이고 계획적인 조직화 사업이 필요하다. 조직화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좀 더 본격적으로 많은 청소년들을 모으고 조직하려 시도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규모를 키워가지 않는다면 대중조직화도 불가능하다. 또한 더 광범위한 홍보⋅이슈화⋅투쟁도 필요하다. 지금의 범위와 규모보다 더 넓고 크게, 더 많은 청소년들과 접촉하고 알리고 행동을 만들어내는 형태의 운동을 해야 한다.


(6) 언제

   대중조직화는 너무 오래된 꿈이었다.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수십여년 간 이뤄지지 못하고 꿈으로만 남아있던 목표였다. 그러므로 대중조직화를 위한 사고와 실천은 바로 지금 시작한다 해도 늦은 판국이다. 적어도 1~2년 이내엔 대중조직화란 목표를 염두에 둔 구체적인 사업이, 활동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대중조직화가 단 수천 명 단위로라도 현실이 되고 결실을 얻는 것은 결코 가까운 미래가 아닐 것이다. 적어도 5년, 10년은 내다보고 추구해야 할 꿈이 될 것이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지금 바로 생각하고 시작하기. 그것이 청소년운동이 대중조직화 문제를 대하는 적절한 태도 아닐까.



* 시간이 없어 글이 거칩니다. 용서를.

그 리고 활기 간담회에선 희망의 활프 같은 방식에 대해서도 조사, 검토해주시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학교(학생회⋅동아리⋅소모임) 조직화, 지역 조직화 등의 방법론의 장단점을 논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요. 아, 인권오름에 류은숙 씨가 올린 <6P>(흑표범당) 글은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