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장혜영 씨께 (2012.09.10.편지)

공현 2012. 9. 26. 11:48



장혜영 씨께.

 

   아주 오래간만에 편지를 써요. 좀 잊고 지내다가, 시사IN에서 혜영 씨 글을 발견하고 생각이 났습니다. (장일호 기자님이 시사IN 보내주신댔는데 아직 안 보내셨고...ㅠㅠ 옆 사람이 보는 걸 빌려서 좀 봤습니다.) 수감되기 직전 즈음에 프랑스였던가 외국을 가셨단 얘길 봤었습니다. 외국을 거의 안 나가본 저로선 이 나라 저 나라 잘 다니시는 모습이 좀 부럽기도 하구요.

   요즘에는 무슨 일을 하며 지내시나요? 저야 뭐 아주 열심히 감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종이봉투도 열심히 만들고 글도 열심히 쓰고 (만화)책도 열심히 읽으면서요. 감옥생활을 하도 열심히 하다보니 눈에 띄었는지, 최근엔 교도소에서 서신 검열 대상으로 지정받기도 했습니다.

  

  혜영 씨 책을 감옥 안에서 봐야지 했었는데 아직 못 봤네요. 제목을 알려주시면 곧 사서 읽겠습니다. 투명가방끈 모임에서 내기로 한 책은 담당자들의 게으름으로 아직도 못 나왔네요. 여럿이 모여서 같이 책을 만든다는 게 참 이리도 힘든 일입니다. 어서 나와서 혜영 씨께도 한 권 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감옥에 있어보니, 생활의 고됨 뭐 그런 것보다 온갖 것을 할 수 없는그리고 사회적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능력을 봉쇄당하는 무력감과 부자유 자체가 가장 괴롭네요. 그 동안 확장해왔던 자신을 상실하는 감각이랄까요? 다시 또 바둥거리는법을 익히고 있어요. 그럼, 이만 줄일게요.

 

 

2012. 09. 10.

공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