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 4

시 - 도망

도망 불광역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던 길, 거리는 이미 태양으로부터 뒤돈 지 오래, 모래가 흐르는 듯한 광대뼈, 아킬레스건은 여느 때처럼 걸은 시간의 무게에 시달려 도망치고 싶어지는 그런 밤. 몇 해 전 애인과 갑작스레 4호선을 타고 오이도까지 갔던 밤이 있었다. 도망치고 싶은 충동과 그럼에도 고작해야 만들어진 해안선으로 실려가던 막차. 그날 전철 안에서는 빌려쓰고 나온 사무실에 불이 났더라는 소식을 전화로 들었더랬다. 우리는 바다냄새 섞인 대나무통술을 마시며 모래를 토해냈을 조개들을 뒤적였다. 망친 일은 많은데 도망칠 곳은 없고, 어디로 훌쩍 떠나기엔 너무 많이 떠나왔고, 온탕에 몸을 담아도 조개들처럼 모래를 토해내지도 못하고, 불려 나오는 때조차 없이, 이미 불가역적으로 떼어낼 수 없는 나이 시..

어설픈꿈 2017.04.29

'실수'가 보여주는 것

문재인이 jtbc 토론회에서 홍준표의 "동성애 반대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그럼요." "반대합니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합법화 찬성하지 않습니다."(심지어 문맥상으로는 '인정'하지도 않는다.)라고 발언한 게 시끄럽다.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는지 갖고서도 말이 많아서, 동영상을 직접 보면서 받아 적었다. 아래와 같다. 홍준표 "그럼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합니다. 군 동성애는 이 국방 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습니까? 거기는?" 문재인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홍준표 "그렇죠?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반대하지요." 홍준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 문재인 "그럼요." 홍준표 "박원순 시장은 동성애 파티도 서울, 그, 그 앞에서 하고 있는데? 서울시청 앞에서?" 문재인 "서울 광장을 사용..

걸어가는꿈 2017.04.27

‘이것도 노동이다’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 -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 청년 세대의 사회적 노동》

‘이것도 노동이다’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 청년 세대의 사회적 노동》(이영롱.명수민 지음, 교육공동체 벗, 2016) 리뷰 운동 사회 안의 해묵은 이야깃거리로, ‘시민사회단체의 상근활동가는 노동자인가?’라는 화제가 있다. 최근에는 열정노동/열정페이 비판 등이 여론에 대두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면 ‘당연히 노동자지!’ 하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원론적으로는 맞다. 운동의 과정에서 하는 일들도 노동이다. 단체와 계약하여 정해진 돈을 받고 일을 한다면 더욱 명백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나는 이게 그렇게 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자명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자. 내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재정 상황 상 오랜 기간 상근활동가가 없었다. 그러다가 단체..

흘러들어온꿈 2017.04.19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포럼 - '좋은 노동은 어디에?'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포럼 '좋은 노동은 어디에?' 공익적인 일, NGO나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우리들... 그런데 이 일이 우리에게도 '좋은 일'일까? 청년 세대의 사회적 노동의 현실, 청년의 노동, 사회에서 일을 한다는 것. '좋은 노동'의 의미와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일시 2017년 4월 14일 금요일 오후 7시 장소 청년허브 창문카페(불광역 2번출구) 참가신청 http://bit.ly/좋은노동 주최 교육공동체 벗, 서울시 청년허브 이야기손님 이영롱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공저자, 《사표의 이유》 저자) 임지민 (NGO 활동가 /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인터뷰이) 김윤희 (협동조합 활동가이자 반백수 /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인터뷰이) 조은 (전(前) 평화박물관 활동가, ..

걸어가는꿈 2017.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