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4

그것이 바로 내셔널리즘 아닌가? - 〈아이 캔 스피크〉

그것이 바로 내셔널리즘 아닌가? ※ 〈아이 캔 스피크〉 미리니름(스포일러)이 가득합니다. 추석 연휴 직전에 〈아이 캔 스피크〉를 보았다.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최근 〈리얼〉이나 〈VIP〉나 〈군함도〉로 내려가 있던 한국 상업 영화에 대한 기대치와 상호 작용하여, 상대 평가를 한다면 꽤 높은 평가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본군 ‘위안부’ 내용을 다룬 대중적인 영화의 계보 속에서 이 영화가 실현한 미덕이나 진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쨌건 〈아이 캔 스피크〉가 한국 상업 영화의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재미있는 것 이후에라도 이 영화의 문제점이나 ‘해로움’을 좀 더 말해야겠다고 느꼈다. 어느 쪽으로든 말하고 싶어지는 욕망을 자극한다는 점에..

흘러들어온꿈 2017.11.05

청소년은 시민이다 -《시민의 확장》

청소년은 시민이다김효연, 《시민의 확장》, 스리체어스, 2017 《시민의 확장》은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정당법센터 연구원인 김효연이 법학적 관점에서 청소년 참정권과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의 문제를 논한 책이다. 먼저 이 책에는 몇 가지 의의가 있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겠다.첫 번째로, 단지 선거권 제한 연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 참정권이라는 틀에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18세 선거권 자체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슈가 된 문제지만, 국회나 언론 등에서는 그것을 청소년 참정권의 문제로 잘 다루지 않았다. 또한 18세 선거권 외의 청소년 참정권 문제 역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민의 확장》은 청소년의 권리 문제로서 참정권, 선거권 문제에 접근하고 있어 기존에 나온 책들과 차별화된다. 두 번째..

흘러들어온꿈 2017.10.29

‘이것도 노동이다’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 -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 청년 세대의 사회적 노동》

‘이것도 노동이다’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 청년 세대의 사회적 노동》(이영롱.명수민 지음, 교육공동체 벗, 2016) 리뷰 운동 사회 안의 해묵은 이야깃거리로, ‘시민사회단체의 상근활동가는 노동자인가?’라는 화제가 있다. 최근에는 열정노동/열정페이 비판 등이 여론에 대두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지면 ‘당연히 노동자지!’ 하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원론적으로는 맞다. 운동의 과정에서 하는 일들도 노동이다. 단체와 계약하여 정해진 돈을 받고 일을 한다면 더욱 명백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나는 이게 그렇게 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자명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자. 내가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재정 상황 상 오랜 기간 상근활동가가 없었다. 그러다가 단체..

흘러들어온꿈 2017.04.19

『맛집폭격』 : 맛집 묘사 건너, 전쟁을 묻다

『맛집폭격』 : 맛집 묘사 건너, 전쟁을 묻다 《맛집폭격》 (배명훈, 북하우스, 2014) 주의 : 책에 관한 스포일러가 일부 있습니다. 《맛집폭격》의 첫 장을 열면 인도 요리에 대한 묘사가 기다리고 있다. 그 뒤에는 스페인 음식 차례다. 그 다음은 또 터키 음식……. 이 소설은 곳곳에서, 특히 전반부에 이런 묘사가 등장한다. 읽다보니 배가 고파지고 군침이 고일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여기에 등장하는 맛집들은 모두 실제로 있는 식당들이기 때문에, 당장 찾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사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맛집’보다는 ‘폭격’ 쪽이다. 맛집과 요리에 대한 이야기에 반응하는 위장을 달래면서 책을 읽어나가면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파괴되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전쟁에 대한 이야기다. 이 ..

흘러들어온꿈 2017.01.10

여기에 우리 편이 있었네? -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 (오자와 마키코)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 - 오자와 마키코 지음, 박동섭 옮김/서현사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 오자와 마키코 지음, 박동섭 옮김, 서현사, 2010 (2015년 2판3쇄) "생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법인데, 그 변화의 방식에 소위 과학적인 잣대를 들이대 어린 시기에는 월 단위로 변화의 양상이 측정된다. ‘생명의 변화’에서 ‘발달’이라고 말이 바뀐 순간에 삶의 모습은 왜곡되고, 축소되고, 경직되어버렸다. 생명에 가격이 매겨지고 합/불합격, 적응/부적응, 정/부정이라고 하는 시점에서 ‘상품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에 따라 우열과 경쟁이 우리 의식에 착 달라붙기 시작하였다."(34쪽) "논리성·합리성을 몸에 익히는 것을 ‘성숙’이라 이름 붙여 상위에 두고, 감정·직관을 ‘미성숙’이라 부르며 하위에 놓는 ..

흘러들어온꿈 2016.07.16

『대학거부, 그 후』 : 행복하냐고 묻기 전에

대학거부 그 후 - 한지혜 외 지음/교육공동체벗 『대학거부, 그 후』 : 행복하냐고 묻기 전에 나 역시 대학거부선언에 참여했던 대학거부자이다. "대학거부선언"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대학을 거부한 이유였고, 두 번째로 많이 들었던 질문은 부모/가족은 어떻게 반응했는지였으며, 세 번째로 많이 들었던 질문이 바로 이거였다. "대학거부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 혹은 "후회하지 않을 것 같으냐"사람들은 사회에서 정해놓은, 주류의 길을 벗어나겠다고, 아니 단지 벗어나는 게 아니라 비판하고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에게 다들 묻는다. 당신들은 과연 그렇게 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겠냐고...그 질문의 의도는 아마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너네가 잘 살 수 있겠냐는 비웃음과 비아냥의 의미일 것이고..

흘러들어온꿈 2015.07.30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소식지 활력소 제6호 (2015.03.07.)

[소식들] 겨울나기와 새 활동의 시작 (2014.12.01.~2015.02.28.) 작년 12월부터 3개월간 소식입니다. 정당강제해산 판결, 학대 사건, 자살 소식 등... 이런 안 좋은 소식들을 헤쳐나가면서, 또 한편으로 내부를 정리하고 한 해를 결산하며, 새해 새로운 활동을 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by 공현) [목소리들]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 거부 사태에 대한 청소년단체 공동성명, 학습시간 셧다운 논평 등 (2014.12.01. ~ 2015.02.28.) 청 소년운동단체들이 발표한 성명, 논평, 활동가들이 쓴 글 등을 전합니다.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서울시가 거부한 사건에 대한 입장, 헌법재판소의 정당 강제해산 판결에 대한 입장, 학습시간 줄이기를 요구하는 논평..

걸어가는꿈 2015.03.09

청소년운동에 영감을 줬던 페미니즘 입문서

페미니스트라는 낙인 - 조주은 지음/민연 『페미니스트라는 낙인』 저는 이 책을 2007년에, 나온 직후에 집어들어서 읽게 됐었습니다. 그때도 꽤 깊은 인상을 받았던 걸로 아는데... 제가 갖고 있는 페미니즘에 관련된 관점이나 센스는 이 책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받았더군요. ㅎㅎ;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관점도 가지게 됐지만, 이 책에서는 아동이나 청소년에 관련된 내용, 사회운동-노동운동 등에 관한 내용들도 많이 다루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으로 가족 문제를 보고 교육 문제를 보고 청소년인권 문제를 유비추론해보자는 생각도 이 책 덕분에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조주은씨가 청소년운동이랑 굉장히 잘 맞을 거 같단 ..

흘러들어온꿈 2014.11.15

실수할 기회가 필요한 이유 - 겨울왕국 리뷰

오늘의교육 19호에 쓴 겨울왕국 리뷰 http://combut.maru.net/xe/journal_list/2168 실수할 기회가 필요한 이유 (또는 '나이를 먹으면 자동으로 성숙해진다는 신화에 대한 반박') - 『겨울왕국』(크리스 벅/제니퍼 리, 108분, 3D 애니메이션) 1000만 관객이 극장에서 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원제 Frozen).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것은 일단 순수한 감탄이었다. 3D 애니메이션 기술이 이정도로 발전했다니! 머리카락 한 올, 눈송이 하나하나를 보다보면, 『겨울왕국』의 캐릭터들과 장면들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이 얼마나 많은 그래픽적인 노고를 들였을지 상상도 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캐릭터들의 표정은 풍부하고 눈짓 하나 미묘한 입가의 움직임으로 감정이 전달된..

흘러들어온꿈 2014.04.04

'자기계발논리'를 원인이자 핵심으로 지목할 수 있는 걸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오찬호 지음/개마고원 '자기계발논리'를 원인이자 핵심으로 지목할 수 있는 걸까?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읽고 난 후 단상 겸 메모 # 우선은 이 작업에 찬사를 보낸다. 2008~2012년, 4년 간 다양한 20대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사고방식과 인식구조에 대해 탐구하는 이런 연구는 분명히 우리 시대상을 기록하는 작업으로서 의미가 크다. 또한 단편적인 분석과 인상비평들이 주를 이루던 '2000년대 대한민국의 20대(또는 청년?)' 논의들 속에서, 이정도의 성실함을 가지고 이야기를 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수 있다. # 읽다가 든 궁금증 : ‘대학생 아닌 20대’, 또는 ‘전문대학생’들은 어떨까? 그것이 자기계발담론이든 체념이든 분명 공유하는 큰 맥락..

흘러들어온꿈 2014.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