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31

수필 - 내가 바라는 세상

내가 바라는 세상 (2005.08.) 사회를 바꾸고 싶어한다지만 그렇게 바꾸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세상은 대체 어떤 것인가. EBS에서 제작한 드라마, "지금도 마로니에는"에서 나오는 말처럼 억울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세상인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라는 사회, 그건 평소에 누누히 말해왔듯이 '모든 존재가 행복할 수 있는 사회' 다. 사회의 범위가 인간사회라면 모든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다. 행복한 사회가 아니라 행복할 수 있는 사회다. 나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천국을 꿈꾸진 않는다. 그런 세상이라면 오히려 살 의미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건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것처럼 마약을 돌려도 될 일 아닐까? 행복할 수 있는 사회란 한 마디로 희망이 있는 사회다. 물론 지금도 희망은..

어설픈꿈 2008.01.30

기차에 대한 단상들

기차에 대한 단상들 2005.07. KTX에 탈 때면 꼭 역방향석에 ‘이제 돈으로 시간을 사는 시대일까.’ 역에서 KTX표를 사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것이 특별히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그럴 수도 있지.’ 정도로 넘길 뿐이다. KTX를 타고 빠르게 다니는 것에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을 터. KTX가 시끄럽고 의자는 불편하니 어쩌니 하고 또 어느 정도는 사실이긴 하지만, 내가 KTX에서 좋아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역방향석이다. 내가 역방향석에만 타는 것은 비행기만큼 널찍하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새마을호 좌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역방향석을 꺼려서 역방향석 좌석이 곧잘 남는 탓도 있지만 역방향석에 앉아서 뒤쪽을 보며 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정방향석..

어설픈꿈 2008.01.30

수필 - 나는 조건 있는 사랑을 한다.

나는 조건 있는 사랑을 한다. (2006년 7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람의 인식에 너무나도 분명한 한계가 있는 이상 여기서 ‘당신’이 대체 무엇인지를 우리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의 얼굴인가. 당신의 성격인가. 돈인가. 성적인가. 능력인가. 목소리인가. 혹은…. 당신이라는 총체. 과거와 현재와 미래.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연결고리들. 그런 것들을 모두 파악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Only God Knows”의 영역. 사랑이 지향하는 이상이 추상적인 총체에 대한 것일지라도 실제의 구체적 사랑이 그렇게 될 수는 없다. 굳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사람에 대한 모든 감정에서 마찬가지다. 문제는 누군가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점. 즉, 누군가를 누군가로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특질은 어떤 것이냐는 문제..

어설픈꿈 2008.01.27

수필 - 에누리

에누리 (2005년 8월) 요즘 세상은 참 이상하다. 규모가 크고 현대적인 가게에서는 손님들이 에누리를 잘 하지 않는다. 각종 할인 상품이 쏟아져 나오긴 하지만 거기에서 할인이란 손님과 가게 주인 사이의 흥정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가게 쪽의 일방적인 판매전략이다. 반면 시장이나 길거리에 앉아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거래를 할 때는 곧잘 값을 깎는다. 부유한 자들의 물건을 살 때는 값을 깎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의 물건을 살 때 값을 깎는 셈이다.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中) 사람들은 때론..

어설픈꿈 2008.01.13

수필 - 읽고도 알지 못하는 걸까

이건 '수필'이라는 생각조차 거의 하지 않고 휙휙 써내려간 문자 그대로의 수필(?) ( 2005년 9월) 읽고도 알지 못하는 걸까 『모모』를 읽어보았는가. 그래, 그 얼마 전에 모 드라마에 나왔다고 하여 유명해진 그 책 말이다. (그 책이 드라마에 나오기 전에 대단히 인상 깊게 읽었던 사람으로서는 좀 씁쓸하다.) 세상에 나온 지 몇십 년 된 미하엘 엔데씨의 동화인지 소설인지 애매한 책 말이다. 그 책에서 첫째로 인상 깊었던 것이 귀기울 줄 아는 모모와 한 번 쓸고 한 번 숨쉬는 청소부 베포, 이야기꾼 기기의 삶이었고, 두번째로 인상깊었던 것이 회색신사들이었다. 회색신사라는 존재는 미하엘 엔데씨가 사람들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모』를 읽어도 알지 못하는 듯하다. 자기 안에 얼마..

어설픈꿈 2008.01.13

수필 - 노년, 죽음이라는 한계상황 앞에서

본래 2004년 연세대 논술 문제 답안으로 쓴 것이지만... 아무래도 이건 논술이라기보단 수필 같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노년, 죽음이라는 한계상황 앞에서 늙는다는 말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어휘이다. 그러나 막상 그 뜻을 정확히 하려고 하면 모호한 구석이 많은 어휘이기도 하다. 노화는 분명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는 것이 곧 늙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똑같이 나이 육십인 사람들이라 해도 그 중에서 좀 더 늙은 사람, 좀 더 젊은 사람을 나누어 볼 수 있다. 나이 사십에도 세상 풍파에 시달려 폭삭 늙어버린 사람을 찾아볼 수 있다. 육체적인 노화의 경우에도 상당한 개인차가 있으며, 어느 정도 그에 발맞춰 진행되는 정신적인 노화도 개인차가 있기는 마찬가..

어설픈꿈 2008.01.13

수필 - 비를 맞고

비를 맞고 나는 비가 내려서 기분이 우울해진다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름대로 감상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지 구름이 좀 꼈다거나 하는 이유로 우울해지는 일은 없다. 구름이 좀 꼈기 때문에 더 우울해진다거나 더 즐거워지는 일은 있지만. 비가 내리기 때문에 더 우울해진다거나 더 즐거워지는 일은 있지만. 비가 점심때부터 쏟아져 내렸다. 우산을 안 가지고 왔기 때문에 조금 난감했지만 곧 평소처럼 당당하게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내려온 빗방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자, 구름으로서의 삶을 지탱하지 못하고 투신한 빗방울들이여. 요즘 유명해졌다고 하는 미하엘 엔데가 쓴 『모모』를 보면 비가 워낙 촘촘하게 내려서 산소 호흡기를 써야 할 지경이었다는 장면이 등장한다. 정말 그 정도로 세차게 내..

어설픈꿈 2008.01.13

수필 -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2005년 6월17일 실시한 2005학년도 전북 중등 문예백일장 및 독후감 발표 도 본선대회에서 백일장 산문 부문 상 받은 녀석입니다. 아니, 그 작품 그 자체는 아닙니다만 최대한 기억을 살려서 복원해본 것입니다; 『공의 경계』까지 인용하면서, 상당히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늘어놨습니다.-_- 주제가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런 글을 써내다니, 나도 참... 어찌 보면 튀고 어찌 보면 평범한 글이지요. 우어, 사실은 쓰면서 기분은 상당히 침체된 녀석이고, 또 쓰고 나니 제가 허가도 받지 않고 사례로 도용한 이야기들의 주인공 분들께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 으그.. 용서해주세요! 누구누구의 영향으로 저도 요즘 휴머니스트가 되나 봅니다.(笑) 아니, 원래부터 그런 경향은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편..

어설픈꿈 2008.01.13

수필 - 창틀에 걸린 꿈들

창틀에 걸린 꿈들 ( 2005년 6월) 라이프니츠의 "모나드에는 창이 없다."라는 말은 깊은 인상을 주는 말 중 하나이다. 뭐, 모나드(단자)론 같은 복잡한 이야기는 잠시 밀어두고 간단히 비약하자면 "개인은 단절되어 있다"는 소리다. 헌데 모나드에는 정말 창이 없는 것인가? 각자의 꿈이라든가, 이야기라든가 하는 것들은 결국 세상으로 조금씩은 흘러나갈 수밖에 없다. 그건, 창이 아니라 벽을 통해 전달되는 희미한 소리나 울림이라고 표현해야 하는 것인가. 애초에 개인의 영혼 같은 것들이 모나드이기나 한 것인지 모호하다. 개인에게 창이 있는지 없는지, 그런 것은 역시 명확히 알 수 없는 영역에 속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인간들이 의사소통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들(음성, 문자, 신체…)은 불완전하게나마 창이 되어..

어설픈꿈 2008.01.13

수필 - 지금의 역사를 살며

2005년 5월에 전북중등백일장 전주지역대회 예선에서 그래도 최우수상이라고 받게 된 녀석입니다. 지금의 역사를 살며 방학만 되면 학교란 곳은 방학과제물이라는 성가신 것들을 B4용지 한 장에 정리해서 학생들에게 던져주곤 한다. 그 중 특히 성가신 것으로 방학 동안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문화유적답사 후 기행문쓰기 따위의 것들이 있다. 자녀를 통해 그런 관광산업 진흥을 숨은 목적으로 하고 있는 듯한 과제물들을 받은 부모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스스로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핑계로 본래는 있지도 않던 휴가 계획을 짜서 방학만 되면 여행길에 나서는 부모도 있고, 운 좋게도 집 바로 근처에 있는 문화유적에 자식을 산책 보내는 부모도 있다. 좀더 교육적인 부모의 경우에는 꾸며서 글 쓰는 ..

어설픈꿈 2008.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