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푸레한 시야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높은 천장에 하나 가득 그려져 있는 낯선 프레스코화였다. 주제는 '아브라함의 수난'. 창세기에 수록된 에피소드다. 아담의 자손인 아브라함은 어느 날 주님의 계시를 받고 아들인 이사악을 제물로 바쳐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두터운 신앙심을 지닌 그는 아들을 속여서 모리야 산 정상으로 데려간다. 아브라함이 제단에서 아들을 칼로 찌르려는 순간 주님은 아브라함의 신앙심을 칭찬하고 이것은 모두 너의 신앙심을 시험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한다…. 성서에서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알렉산드로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어째서 이 이야기가 '이사악의 수난'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수난'인 것일까. 가정교사에게 물어봤지만 그는 비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아마 그런 의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