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파본 이야기 구석진 골목길 가로등 아래나 공터 등에는 저절로 조그만 쓰레기장 같은 것이 만들어지곤 한다. 그래서 때로는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와 같은 내용의 조잡한 간판이 나붙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만들어 줄 사람도 없는 버려진 곳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쓰레기장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놓여있곤 한다. 음식물. 비닐. 깡통. 유리병. 휴지. 구멍 난 양말. 깨진 유리조각. 컵라면 용기. 책. 분리수거 같은 것은 무시한 채 널려있던 쓰레기들 속에서 문득 네모난 무엇이 일어섰다. 검고 수수한 표지에 먼지가 묻어있다. 책장 틈에는 생선뼈다귀가 끼어 있다. 싸구려 종이로 만들어진, 제법 두께 있는 책이다. 그것은 파본이었다. 파본. 인쇄·제책이 잘못되거나 파손되거나 하여 온전하지 못한 책을 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