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차별금지법, 반차별운동, 청소년인권운동 2탄

공현 2008. 2. 1. 11:21
차별금지법, 반차별운동, 청소년인권운동 2탄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공현

  여기 오신 분들이 난데없이 웬 2탄이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1탄(?)은 예전에 반차별공동행동 회의 겸 토론회 같은 거를내부적으로 할 때 내 맘대로 쓴 적이 있다. 사실 제목 새로 붙이는 게 귀찮아서 같은 제목으로 달고 2탄이라고 붙인 거니까 너무깊게 생각하시지 않는 게 좋다. 여하간에 내용은 <차별금지법, 반차별운동, 청소년인권운동>이니까 글의 제목 같은 거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제목은 내용을 잘 반영하면 되는 거다, 음음.
  참고로 2탄의 내용에는 1탄의 내용도 포함해서 더 풍부한 내용을 담으려고 한 것이니 1탄은 굳이 보려고 하지 않으셔도 좋다.아니 안 보시는 게 좋을 수도 있다. “2탄”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고 해도, 이 글은 절대 반차별공동행동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분들을 차별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차별금지법과 청소년인권이라고 한다면, 단순하고 직관적으로생각하면 차별을 금지하는 사유 중에서도 ‘나이’의 문제와 연관을 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도 단 하나의 사회적·정치적정체성만을 가지지는 않으며, 청소년들도, 그리고 청소년인권‘들’도 여러 가지 다양하고 복합적인 내용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법’과 ‘미성년자’라는 특수한 지위의 문제도 있고 하다 보니, 차별금지법과 청소년인권이 만나는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현재 의 차별금지법이 과연 실제 여러 소수자들의 현실과 경험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반차별공동행동의차별금지법안이 곧 제출될 지금 시점에서도 현재진행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어느 정도까지 차별금지법이 선언적인 법이 아닌실효성 있는 법이 될 수 있을까? 실제 다양한 차별받는 사람들의 상황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청소년인권운동을 하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청소년인권 문제의 경우에 이런 고민들이 아주 조금이지만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청소년들에 대한이른바 ‘합리적 차별’들은 과연 시정될 수 있을 것인가? 법률행위의 주체가 되지도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소송을 전제로 한구제제도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차별금지법은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까?
  이런 이어지는 질문들에 맞닥뜨리다보면 “닥치고투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르고 만다. 역시 입법절차 자체보다는 투쟁과 실천과 운동이 중요한 것이었고, 그건 역시 고금불변의진리였던가!! (밟힌다) 여하간에 워크샵 취지에 맞게 법 자체에 대한 검토보다는 반차별운동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는 (서기 2008년 1월 21일 아침 10시 졸린 눈을 비비며 폭설을 뚫고 신림역에 모여서 워크샵 발제문준비를 할 때) 차별금지법이 만약 제정된다면, 그 제정 이후에 차별금지법을 ‘이용’하여 전개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논의하면서이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봤다. 하나는 정부의 차별시정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에 운동이 개입함으로써 현재의 제도나 정책을바꾸어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청소년들에게 존재하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가시화되지 않은 다양한 차별 문제들을 이슈화시키는것이다.
  이 중에서 제도와 정책에 개입하는 방식은 사실 차별금지법이 없더라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만약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정부에서 “차별시정 기본계획”이라는 형태로 5년에 한 번씩 명시적이고 포괄적인 형태로 계획안이 나올것이기에, 이를 검토하고 비판하고 개입하는 형태로 좀 더 편하게 효과적으로 운동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거권이없는 ‘미성년자’(만19세미만)의 선거운동이나 정치적 표현, 정당가입 등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 및 정당법이라거나 등등여러 문제들을 지금은 이슈파이팅, 불복종 운동, 국회에 개정 요구 등으로 하고 있는데, 차별시정 기본계획에서 이러한 정치적 권리차별을 시정하도록 하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개입가능한 영역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인데, 긍정적으로 보면 약간은 좋아지는것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다양한 차별 문제들을 이슈화시키는 활동이라는 것은, ‘청소년’에 대한차별과 청소년이면서 다른 정체성에 대한 차별들을 모두 포함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운동들과의 관계맺음이라거나 현재 조건들에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예컨대 장애청소년의 중요한 권리영역인 교육권과 같은 문제는 장애인운동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해왔던 문제이고성소수자 청소년의 인권 같은 경우도 동인련이나 레즈비언상담소에서 많은 노력을 해왔다. 따라서 이런 운동들에 대해서는 연대하고함께하는 방향으로 운동 방향을 짜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학교에서의 종교로 인한 차별 문제라거나 사상으로인한 차별 등처럼 다른 차별사유가 개입되어 있더라도 청소년인권운동의 범주로 생각되어 온 것도 있고, 또 아직까지 운동의 의제로생각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성적으로 인한 차별이라는, 학력과 연관되지만 학교 안에서만의 특수한 차별사유도있고(차별금지법에 포함 가능할까?) 탈학교-비학교 청소년이라거나 실업계 학생이라는 ‘학력’으로 인한 차별도 있다. 청소년노동인권문제와 노동운동의 관계처럼, 청소년 시기라는 사회적으로 조건 지어진 상황에 대한 고려가 운동 안에서 아직까지 많이 형성되지않아서 청소년인권운동 차원에서 전개하거나 개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청소년인권운동이 반차별운동으로접근하고 제기할 책임을 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청소년인권운동이 ‘차별’이라는 개념으로 인권상황을 해석한 경우는 은근히 적다. 청소년이라는 소수자, 또는 청소년들 중에 또 다른 소수자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처하게 되는인권침해 상황이 ‘차별’이라는 인식은 있었지만, 그것을 ‘차별’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해가면서 규정하고 발언하지는 않았던것이다. 2006년 3월에 발의했던 학생인권법안에는 그 당시 논의되던 차별금지법에서 참고한 걸로 보이는 차별사유들에‘성적’이라는 차별사유를 더한 “차별금지” 조항이 있긴 했으나, 학생인권법안 자체가 선언적 성격이 강해서 몇몇 조항들을제외하고는 거의 다루어지지 못했었다. 사실상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반차별공동행동(준)’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청소년인권 문제를 ‘차별’로써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반차별운동’에 대한 생각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인 셈이다.
  처음으로‘반차별운동’을 고민하고 또 실제 운동을 해보면서 느끼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은 단일하지 않다는 것일 듯하다.차별은 결코 단일하지 않으며, 오히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권력관계와 사회적 조건들에 “차별”이라는 이름을 붙여 개념화한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어떤 상시적 공동행동으로서의 반차별운동은 성립하기 어렵다. 흔히 이야기하는 동일성이 아닌차이에 기반한 운동이란 건 말은 좋지만 결국은 ‘다름’이라는 공통점(동일성)에 기반을 두는 것이며, 진정으로 차이에 기반을 둔운동은 외부에서 볼 때도 잘 드러나는 통일된 어떤 움직임 - 운동으로 성립하긴 어렵다.
  그러나 반차별운동은 운동과 운동또는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추상적 당위라거나 그와 비슷한 차원에서 “너의 해방이 나의해방과 연결돼^^”, “이게 다 자본주의 때문이니까 반자본주의로 고고씽~!”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 다 연대해야 해. 그니까 이집회 좀 나와.”라고 하는 것을 넘어서서, 운동과 운동 그리고 운동 주체들이 서로 만나게 한다. 한 운동 안에도 다른 정체성의사람들이 있고, 그런 것들이 다른 운동들과 만날 필요성이 된다. 운동의 연대는 개념적이거나 이론적인 연관성이 아니라 운동을 하는사람들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가끔씩 이야기가 나오는 “반차별교육” 같은 경우도, 당장의 현안인 차별금지법 자체에 대한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고민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며 연속적이고 연결되는 형태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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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반차별운동 워크샵에서 발제한 글입니당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