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꿈

소위 '정치적으로 올바른(PC) 언어'에 대해

공현 2014. 3. 28. 11:20

소위 '정치적으로 올바른 언어'에 대해


: 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이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

진냥이 지적했던 것이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다. 무엇이 정치적으로 '올바를' 수 있단 말인가? 내 생각에도 '정치'와 '올바르다'라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올바르다는 말은 윤리적인 말에 더 가깝다.


: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소위 PC한 언어라는 것이, 말을 바꾸는 것이 무슨 차별을 없애는 일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정치적인 문제를 윤리적이고 단순한 문제로 생각하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 그럼에도 두 가지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나는 이러한 문제제기가 우리의 일상과 상식 속에서 당연시하던 것들 안에도 편견과 이데올로기, 권력관계가 들어와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그런 하나의 문제의식 환기이자 계기로서 이런 이야기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연이나 교육 등에서도 종종 예시를 들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이것이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소수자의 감정을 고려하게 한다는 것이다. '올바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공존하기 위해서 이런 언어의 교정은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게이새끼"를 욕으로 쓰는 모임에 동성애자가 참여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남자는 군대에 가야지" 같은 말이 통용되는 모임에 병역거부자가 참여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PC에 대한 반발이랍시고 "병신"이란 말이 실제로 장애인들에게 불쾌하게 느껴지기 십상이라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 소수자 차별의 경우와 별도로 어떤 이데올로기(자본주의, 군사주의 등등)와 연관된 언어들도 PC의 문제에 포함될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신중하거나 유보적인 입장이다. '효용', '유연화', '효율', '투쟁', '사각', '전술' 등의 말이 반드시 자본주의나 군사주의의 맥락으로만 배치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달까.


: 나는 병역거부를 전후해서 '전략' '전술'이란 표현이 지나치게 전쟁 냄새가 난다고 느끼고 그 뒤로는 이를 되도록 '계획', '방법' 같은 말로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도 요구할 수 있을 만큼 내가 이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또한 그게 옳은지도 잘 모르겠고- 어쨌건 우리는 싸우고 있기는 하니까.


: '올바른' 말을 써야 한다는, 그래야 착하거나 훌륭한 사람이라는 강박관념은 벗어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여러 타자-소수자들이 공존하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것들은 많다. 나 또한 하나의 타자이고 소수자이기에 나는 그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문제의식을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린 'PC'의 역사에도 일부 감사를 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