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박정훈씨 병역거부 수감을 지켜보고

공현 2014. 4. 15. 17:42


박정훈씨 병역거부 수감을 지켜보고



오늘, 박정훈씨가 병역거부로 징역1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습니다. 판사는 "개인적으로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법을 만드는 사람들 등이 여기에 전향적이지 않은 것은 알고 계시죠? 실정법대로 판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충 이런 요지의 말을 했습니다. 기시감. 2년 전, 2012년 4월에 저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판사가 했던 것과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저는 법정구속이 되지 않았고, 박정훈씨는 법정구속이 되었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 한해에 병역거부로 수감되는 사람 수는 적어도 500명 이상. 이게, 오늘뿐 아니라 거의 매일같이 반복되는 풍경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박정훈씨와 그리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고, 법원에서도 울지 않았지만, 밖에 나와 서울 서부지방법원이 마주한 마포대로를 보자 왠지 눈물이 났습니다. 세상은 변하지 않고, 사람들은 '우리들'에게는 관심도 없이 하루하루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갑니다. 병역거부자가 된다는 것 또는 병역거부 운동을 한다는 것(아니면 사회운동들을 한다는 것 자체가)은 어쩌면 그 끔찍한 일상, 온도차를 견뎌내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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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박정훈씨를 처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마 2011년 겨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저는 병역거부를 밝히고 훈련소 입소를 거부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대신 몇몇 투쟁 사업장들을 돌아다니며 제 병역거부소견서를 나눠주고 발언을 하는 식으로 병역거부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병역거부를 하게 된 평화운동동아리에서 만났던 친구와 함께였습니다. 박정훈씨는 그 와중에 여의도의 대학생사람연대의 오큐파이 농성장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박정훈씨는 자신도 곧 병역거부를 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저는 박정훈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박정훈씨가 '청소년운동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부산에서 2002년~2003년 고등학생이었을 적에 청소년운동을 했었고, 2006년에 청소년인권운동 역사 연구 프로젝트를 하면서 NEIS반대 투쟁에 대해 구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아니라 팀의 다른 사람이 만났지만, 인터뷰 내용 자체는 저도 받아서 함께 보았습니다. 부산의 청소년운동 출신인, 지금은 사회당-대학생사람연대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 그게 제가 박정훈씨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정보였습니다. 그가 병역거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2011년에 만났을 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2011년 겨울 여의도 농성장에서 제가 그를 처음 만난 지, 2년 하고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저는 그 사이에 감옥에 갔다 왔으며, 박정훈씨는 알바노조 활동가로 소속 단체가 바뀌어 있습니다. 하지만 병역을 거부하고 법정에서 선고를 받고 수감이 되는 그런 모습만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박정훈씨는 2013년 가을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2014년 4월 15일에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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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아는 범위에서는, 박정훈씨는 '청소년운동 출신'으로 병역거부를 한 세 번째 사람입니다. 강의석, 공현, 박정훈. 그리고 병역거부 문제로 오스트레일리아로 망명을 선택한 '민'씨를 포함한다면 4명이 됩니다. 물론, 청소년활동가들 중에 군대를 육군-공군 등의 소위 '현역'이나 아니면 공익근무요원 등으로 갔다온 사람들은 훨씬,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따지고보면 이 4명의 병역거부 이유도 제각각 결이 다릅니다. 예컨대 저는 반(反)국가주의와 평화주의적 신념에 중점을 두었고, 박정훈씨는 사회주의자로서 지금의 국가가 지배계급이 정의롭지 못함을 주로 호소하였습니다. 박정훈씨는 어쩌면 선택적 병역거부자로도 분류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민'씨는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도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그렇게 제각각의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청소년운동 출신의 병역거부자'들을 청소년운동이 어떻게 봐야 할지 여러 상념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사회당 쪽의 학생운동 외에는 이렇게 정치적 병역거부자를 여럿(??) 배출한 운동도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아, 노동자연대다함께 쪽이 올해까지 해서 알려진 병역거부자가 3명이 된 것 같기는 합니다.) 병역거부 또는 군복무에 대한 고민 자체를 단지 개개인의 선택으로 보지 않고 청소년운동이 어떻게 함께해나갈지...



여하간, 청소년운동 출신의 알바노조 활동가인 박정훈씨가 오늘 징역 1년 6월을 받고 수감되었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벌금은 판결에서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검찰에 의해 항소 재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활동 때문에 걸린 벌금들만 600만원 가까이 이미 있어서, 징역 생활을 하는 동안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한다고 하네요.


꼭 돈이 아니더라도, 다른 많은 청소년활동가 분들의, 작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추신 : 박정훈씨가 수감되기 전에 전누리와 함께 만나서 2시간 정도 간단하게 2002~3년 자신이 했던 청소년운동에 대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현재 하루유키가 그 속기록을 정리하고 있구요. 이렇게 연구한 내용들을 언젠가 공유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