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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재발방지를 할 거라면 체벌 근절부터 하라! - 체벌 피해 중학생의 자살 사건에 대해 -

공현 2014. 9. 19. 14:17


[성명] 재발방지를 할 거라면 체벌 근절부터 하라!
- 체벌 피해 중학생의 자살 사건에 대해 -




2014년 9월 14일 강원도 삼척에서 중학생 A씨가 스스로 생을 끝냈다. 발견된 유서에는 학교 체육 교사가 벌을 주고 욕해서 힘들다는 내용이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교사는 A씨가 흡연을 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이른바 '지도'를 했으며 여름방학 중에도 A씨를 학교로 불러내 달리기, 오리걸음 등의 체벌을 가했다. 교사가 A씨를 폭행하는 것을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진상조사에 들어갔으며 재발방지를 위해 '자살예방'활동도 함께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먼저 돌아가신 분께 애도를 표한다. 있어서는 안 될, 체벌로 인한 비극이 올해에만 벌써 몇 번째인지 매우 안타깝다. 우리는 그동안 체벌을 금지하고 뿌리 뽑을 것을 반복해서 촉구해왔다. 대한민국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사람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유독 쉽게 학교와 가정 등에서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침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던 학생이 자살을 택한 것이다. 정부와 언론들은 학생간 폭력 피해자인 학생이 목숨을 잃으면 학생간 폭력을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왜 체벌로 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반복되어도 체벌 근절의 의지는 그만큼 보이지 않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더구나 이와 같은 사건의 책임을 생명존중의식이 결여된 학생 탓으로 돌린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강원도교육청이 말하는 '자살예방활동'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청소년에 대한 폭력 등 인권침해를 없애고 청소년을 인간으로 존중하기 위한 노력이 먼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조치도 의미를 잃을 것이다.

해당 학교 측과 가해 교사는 "학생의 장래를 위해 생활지도를 의욕적으로 하다 생긴 일로 매우 당혹스러우며 A씨가 숨진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의 장래를 위해서'였다는 이유도 폭력을 정당화해줄 수 없다. 더불어 학교 측은 A씨의 흡연 사실을 부각시키며 자신들의 잘못을 경감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담배를 폈으니 체벌을 당할 만했다'는 식의 주장은 피해자 앞에서는 일종의 2차 가해일 뿐이다. 어떠한 사유이든 폭행이나 얼차려 등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은 용납될 수 없고, 이는 흡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학교 측이 해야 할 일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솔한 사과와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지도'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여 개선하는 일이다.

덧붙여서 우리는 청소년이 흡연하는 경우에 사회에서 가하는 낙인과 학교 등의 폭력적 대처 방식에 대해서도 지적하고자 한다. 흡연의 해악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대개는 흡연자들에게 금연을 요구할 뿐 폭력과 강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청소년의 흡연에 대해서는 손쉽게 강력한 처벌이나 강압적 조치를 취하곤 한다. 특히 학교에서는 흡연을 매우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청소년의 흡연이 건강상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하더라도,(물론 비청소년의 흡연도 바람직하진 않다.) 이것이 과연 강력히 처벌해야 할 대상인지, 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벌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흡연 적발시 처벌이 시험부정행위나 위해 목적의 흉기 소지, 기물 파손 등보다 더 강력한 처벌 대상이 되고 있다. 흡연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정도가 더 적다는 점에 비춰보면 불합리한 처벌 기준일 수 있다. 이번 사건 역시 흡연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각종 언어적 신체적 폭력과 모욕적 처우가 반복되지는 않았는지 조사해봐야 한다. 흡연을 하는 청소년에 대한 과도한 편견과 학교 기관 등의 폭력적 대처에 대해서도 재고해야 할 것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은 체벌금지를 십년 넘게 여러 차례 권고했다. 그리고 체벌은 이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해서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직접체벌', '간접체벌'이라는 말장난으로 체벌을 허용하는 태도를 보이며 인권유린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다시 한 번 교육부 및 전국의 교육청에 체벌 근절을 위한 모든 노력과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강원도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진상조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며 가해자에게는 마땅한 처벌을, 피해자에게는 마땅한 사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는 강원도교육청과 강원도의회 등이 학교의 교육 방식 전반을 점검하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학생인권조례 등 정책 추진에 나섬으로써, 이 사건을 진정한 재발방지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2014년 9월 18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