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논평] 9시 등교 한 달, 학생인권을 중심에 둔 교육 만들어야

공현 2014. 10. 1. 19:51

[논평] 9시 등교 한 달, 학생인권을 중심에 둔 교육 만들어야



경 기도에서 초중고 9시 등교를 시행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여러 우려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큰 부작용 없이 시행되고 있고 긍정적 평가들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입시경쟁교육에 시달리며 기본적인 수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교육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자주 나왔다. 지금이라도 등교시간을 늦추는 정책이 힘을 얻는 것은 매우 뒤늦은 노릇이지만, 그나마 긍정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또한, 9시 등교 정책이 강제 사항이 아닌 권고성의 정책이었음에도 경기도 지역 초중고 중 다수가 이에 참여해주었다. 입시경쟁교육에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등교시간을 늦추는 데 참여한 학교들에도 환영의 뜻을 전한다.

우리 <경기 학생인권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는 교육감 선거 전에 “표는 없어도, 할 말은 있다”라는 주제로 교육감 후보와 청소년간의 토론 마당을 개최 했다. 당시 이재정 후보도 이 행사에 참여했고, 과도한 학습 시간과 청소년의 수면권 등 청소년의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또한, 이 토론회에서는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에서 진행한 '2014 교육감선거, 학생이 원하는 교육정책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 가장 많은 학생들이 꼽은 정책이 9시 등교였다. 9시 등교 정책은 이러한 청소년들의 간절한 바람을 반영한 결과라 생각한다.

그러나 9시 등교 정책이 단지 등교시간만을 손대는 것이어선 안 된다. 우리는 청소년의 과도한 학습시간 자체를 줄이는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아쉬움을 표한다. 등교시간이 늦춰진 만큼 하교시간 또한 늦어졌고, 방과 후에 할 일이 있는 학생들의 일정은 더욱 바빠졌다. 특히 하루 일정이 빡빡하고 학습 부담이 큰 고등학생들의 경우에 9시 등교에 관해 더 불만이 크다는 것은 이 문제가 수업량과 입시경쟁의 문제 전반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우려스러운 경우는, 등교시간이 늦춰졌다고 해서 아침 시간에 보충수업 등을 시행하거나, 아침 시간의 틈을 이용해서 학원에서 아침반을 운영하는 등의 문제점이 우려된다. 경기도교육청이 이런 부분에 대해 「경기도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의 개정을 검토하는 등 좀 더 신중한 대책을 마련하고,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뒤에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또한 급히 시행하다보니 일부 학교들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학생들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경우들이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학생들의 이의제기와 등교시간 및 학사 일정에 대한 참여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이 정책은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광주, 전북, 제주 등에서도 등교시간을 늦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움직임이 단지 등교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입시경쟁교육을 넘어서 청소년들의 인권과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사람들의 공감대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학생인권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는 학생인권을 중심에 둔 인권친화적 교육을 만들기 위한 종합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2014년 10월 1일
경기 학생인권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

[경 기도인권교육연구회/ 다산인권센터/ 아주대글로벌인권센터/ 인권교육‘온다’/ 전국 장애인야학협의회 경기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원지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수원지부·의정부지부/ 평등교육실현을위한경기지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