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한겨레 2030 잠금해제] ‘노키즈존’에 없는 것 / 공현

공현 2014. 11. 10. 01:54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3605.html

[2030 잠금해제] ‘노키즈존’에 없는 것 / 공현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일종의 ‘아이/청소년 혐오’가 있다.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으며 민폐를 끼치는 존재, 어른들의 세계에서 배제할 타자로 보는 것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작년에 일반논평을 통해 야간 출입 금지, 소음에 대한 관용 감소, 상가 출입 제한 등을 거론하면서,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이들을 ‘문제’ 또는 비행을 저지르는 존재로 여기게 하며 청소년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언론매체와도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향이 아이들의 놀이·문화 활동을 저해하며,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배제당하지 않는 게 그들이 스스로를 인권을 가진 시민이라고 인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위원회의 판단이다.

소수자란 자신의 목소리와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람이다. 소수자는 주류의 기준에 맞추기를 요구받고, 그 기준에 맞추지 못한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배제를 당한다.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질수록 그 ‘기준’은 더 깐깐해지고 배제는 더 쉽게 지지를 얻는다. 여유가 없는 만큼 거슬리는 것들을 더 용인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확산되고 있는 노키즈존에 없는 것은 단지 ‘아이들’이 아니다. 거기에는 ‘어른들’이 아이들과 공존하려는 여유가 없다. 자기 목소리를 가지지 못한 소수자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 특정 집단에 대한 원천적인 차단이 일종의 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없다. 노키즈존이 너무나 쉽게 늘어가는 이 사회의 모습이 두려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