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아수나로에서 청소년운동을 한다는 것

공현 2014. 11. 26. 15:48

http://cafe.naver.com/asunaro/50793

 (공현)



 저는 청소년활동가입니다. 청소년운동은 2005년부터, 아수나로에서는 2006년부터 활동을 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청소년운동을 시작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대가 된 뒤에도 계속 청소년운동을 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사실 저 같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수나로의 활동회원들 대부분은 10대 청소년들입니다. 그리고 저처럼 청소년일 때부터 활동을 시작해 나이를 먹어서 청소년이 아니게 된 후에도 활동을 하는 사람들, 청소년이 아니지만 청소년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해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습니다.

 그러니 청소년 분들이나 학생 분들은 "난 아직 학생인데…" "난 아직 나이가 어린데…" 같은 생각 때문에 청소년운동을 하는 것,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것을 주저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아수나로는 바로 그런 청소년들이 직접 모여서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단체니까요. ^^ 그리고 청소년이 아닌 분들 역시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것을 꺼려하진 않으셔도 됩니다.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지금부터, 청소년운동에 관해 몇 가지 팁 비슷한 이야기를 통해서 "아수나로에서 청소년운동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간단하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청소년운동을 한다는 것

 "청소년운동"은 청소년들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청소년들이 더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를 바꾸는 운동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운동이 "사회를 바꾸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스포츠(Sports)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라면, 사회운동(Movement)은 사회를 움직이고 바꾸기 위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는 보통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잘 바뀌지 않는 것,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한 사람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사회의 여러 가지 제도나 문화, 정치, 경제 같은 것들은 거대해보이고,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지요. 사회운동을 한다는 것은 이런 사회가 바뀐다는, 우리가 활동을 해서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사회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나서서 사회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청소년들 중에는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불만을 가진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직접 교육제도를 바꿀 수 있다고는 잘 생각하지 않고,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일부 청소년들은 불만이 있더라도 힘 있는 사람이 되면 바꾸겠다는 생각을 품고 그 교육제도 안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지요. 청소년운동을 하는 것은, 지금의 교육제도를 '지금', '우리'가 행동을 해서 바꿀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는 데서 출발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죠. 그러나 그게 아주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과, 어렵더라도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사회운동을 한다는 것은, 기존의 사회 질서 속에서 위로 올라가거나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 질서를 그 자체를 바꾸려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청소년운동을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상상하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지금의 사회가 어떻기 때문에 어떤 것은 무리라고 단정 짓고 포기하기보다는,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바꿔나가야 할지, 그러기 위해 뭘 해야 할지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사회운동입니다. 청소년운동을 하는 것은,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사회적 상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를 바꾸는 적극적인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선생님도 지도사도 없습니다!

 아수나로는 동아리도 아니고, 청소년활동센터 같은 곳도 아닙니다. 아수나로는 청소년운동을, 인권운동을, 사회운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아수나로에서는 활동회원들 모두가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청소년들이라고 해서 비청소년(어른)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수나로에서 청소년운동을 할 때, 우리는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보통 많은 청소년 동아리나 센터 같은 데서 하듯이 체험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그리고 같이 사회를 바꾸기 위한 운동을 만들어가고, 또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함께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예컨대 아수나로 이름을 가지고 토론회에 나가는 것은, 나가는 토론자 개인의 스펙 쌓기나 체험활동, 연습 활동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아수나로라는 단체의 입장을 발표하는 활동인 것입니다.

 아수나로에는, 어떻게 활동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대신해주는 선생님이나 지도사는 없습니다. 물론 먼저 활동을 해본 회원이나 다른 생각을 가진 회원들이 조언을 하거나 같이 활동을 하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주기도 하고 잘못된 걸 고쳐주기도 할 것입니다. 아수나로에 대해 잘 모르는 처음 들어온 분들에게는 아수나로에 대한 걸 알려주기도 하겠죠.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수나로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아수나로 활동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그리고 공동으로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는 책임을 지고 누구는 단순 참여만 하거나 지도 받는 것이 아니라요. 또한 이 책임은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 사회를 바꾸는 청소년운동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 자신감을 가지게 하기도 합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좋아하지 않을 때도!

 이런 청소년운동, 아수나로 활동은, 앞서 말했다시피 사회를 바꾸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사회의 학교나 가정 등을 비롯해서, 청소년들에 관련된 여러 제도나 문화에 비판적입니다. 그래서 학교나 가정에서는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을 싫어하기도 합니다.

 또,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활동을 했다고 해서 학교에서 징계를 하려고 하기도 하고, 입시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지요. 이런 부당한 불이익을 최대한 없애는 것 역시 청소년운동의 목표지만, 지금 당장을 볼 때는 좀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집에서는 그런 불이익을 우려해서 청소년들이 아수나로 활동을 하는 것을 막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을 자신들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부모․보호자․친권자들이 간혹 있는데, 그런 경우엔 더더욱 그렇지요.

 학교나 가정이 그렇다고 해서 너무 의기소침해하거나 우울해하지는 마세요. 활동을 할지 말지는 우리 스스로가 청소년운동을 하고 싶어 하는지, 활동을 하는 걸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그런 것들에 따라 스스로 결정할 문제입니다. 만약 학교에서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징계를 하려고 하거나 불이익을 준다면, 아수나로와 같이 이야기해서 그런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가정의 경우는 좀 어렵습니다. 단순히 활동하는 걸 안 좋아하고, 청소년과 대화를 하려는 부모․보호자․친권자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로 잘 이야기해서 풀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부모․보호자․친권자들은 물리적 혹은 언어적 폭력, 감금, 용돈 안 주기 등 강제적 수단으로 활동하는 걸 막으려고 합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 가정 안에서 청소년들의 인권에 대해 별 생각이 없고, 활동을 한다고 해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감금을 시키거나 하는 폭력적인 일부 부모․보호자․친권자에게도 대응할 방법이 마땅히 없습니다. 슬픈 현실이고, 우리가 운동을 해서 바꿔야 할 현실이지요. 하지만 당장 어느 정도는 그 분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을 때도 있을 겁니다.

 가장 좋은 것은, 가능하다면 학교․가정에서 교사, 부모․보호자․친권자 등을 설득해서 청소년활동을 하는 것을 지지하도록, 아니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도록 하는 것일 테지요. 잘 이야기를 해보고, 설명을 하고, 협상을 해보는 게 좋습니다. 때로는 그들이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약간은 들어줄 수밖에 없을 때도 있을 것이고, 그런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신경전을 벌여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속 우리가 청소년운동을 한다면, 조금씩이라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참여한다면, 활동은 우리가 우리 삶의 길이나 행복은 학교․가정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청소년들과 멀어지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학교에서나 동네에서 친구들이 우리가 청소년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 좀 싫어하거나 거리를 둘 수도 있습니다. 청소년운동은 되도록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같이 해야만 힘이 되기 때문에 이런 모습에 대해서는 교사들의 태도 같은 것보다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청소년운동을 한다고 해서 너무 우리 주위의 모든 청소년들의 지지를 받거나 동의를 구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무리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청소년운동을 한다고 해서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거나 다른 청소년들보다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식의 생각을 해서도 곤랍합니다. 청소년운동을 하는 것은 그냥 삶의 모양 중 하나이지, 특별히 뛰어나고 우월한 것은 아닙니다. 수학경시대회나 야구대회에 나가 상을 탄다고 해도, 수학이나 야구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겠지만, 다른 청소년들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청소년운동은 훌륭하고 뛰어난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여러 청소년들이 큰 부담 없이 같이 참여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청소년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청소년들이 청소년운동에 대해 알고 참여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청소년운동을 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친구를 사귀는 걸 너무 꺼려하지도 마시고,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청소년운동을 이유로 멀어지지도 않게 조금 신경써주세요. ^^; 억지로 사람들과 친해지거나 할 필요는 없지만요. 그건 청소년운동을 하는 우리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청소년운동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