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한겨레 2030 잠금해제] ‘정치적’이면 안 된다? / 공현

공현 2014. 12. 8. 01:10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67867.html

[2030 잠금해제] ‘정치적’이면 안 된다? / 공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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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원래 1쪽 반까지 늘어났다가 자르고 줄이고 해서 겨우 맞춘 경우..


원래 덧붙여져 있던 내용 - 다듬기 전 상태지만 - 은 이렇다.






한편, 얼마 전에는 '서북청년단'이 서울시립청소년수련관에서 재건 총회를 열려다가 대관을 취소당한 사건이 있었다. 수련관 관계자는 '서북청년단'이 청소년단체인 줄 알고 대관했으나 아니어서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뒤 정황을 보면 이 역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자 정치적 성격을 문제 삼아 취소했을 개연성이 있다.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서북청년단'의 재건은 결코 곱게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청소년수련관에서 대관을 취소한 것이 어떤 연유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당했는지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정치적 편향성' 또는 '정치적'이라는 규정과 비난은 주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해졌다. 심지어 자신의 생각은 정의이고 정답이며 윤리라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에, 자신과 상반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치적'이라고 쉽게 이름 붙였던 그런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더 힘이 강한 쪽, 기득권에게 유리해지기 십상이다. 예컨대 재테크와 주식투자와 자본가의 관점을 교육하는 것은 실용적 경제교육이 되지만 노동법과 노동자의 관점을 교육하는 것은 정치적 편향 교육이 되듯이. 그러므로 그것이 공공시설 등에서도 '정치적'인지 아닌지 모호할 수밖에 없는 판단 기준을 정하는 것보다는, 정치적 입장이나 활동에 무관하게 이용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적 중립'이 될 것이다.


청소년시설 등이 ‘정치적’인 것을 거부하는 배경에는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부정하는 생각이나 우리 사회의 '정치 혐오'도 있겠으나, 아마도 논란의 소지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공공시설일수록 더 논쟁이 되고 있는 문제에 관해 논의의 장을 열어서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영리적 목적의 상업시설이 오히려 권력이나 사회적 압력에 취약할 수 있는 반면, 공공시설은 차별 없이 그 공공성을 지킴으로써 자유로운 정치·사회·문화 활동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인권팀과 서북청년단, 이 둘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일 둘 모두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또는 사회적 논란이 있고 다수에게 규탄받는다는 이유로 시설 이용을 거부당한 것이라면, 그 시설 운영의 룰에 관해서는 같이 놓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적'이라거나 '다수의 상식'을 근거로 하여 이용을 금지하는 것은 옳은가. 특히, 청소년시설은, 정치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행사에는 이용될 수 없는가. 다시 말해, 과연 논란이 별로 없는 합의된 가치, 주류의 가치만이 청소년들에게 전달되어야 하는가.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생각을 만들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치는 정치적 활동은, 청소년들의 문화적 활동이나 봉사활동 등과 달리 취급받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서북청년단 재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들이 나와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는 아니다. 나는 '일베'에서 힘을 얻는 논리들에 반대하고 일베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들이 나와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는 아니다. 주류의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도 아니다. (어쩌면 나보다는 일베 유저들이 우리 사회 다수의 상식에 더 가까운 위치에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떤 입장의 표현을 제한하거나 어떤 정치적 활동을 제한할 기준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적어도 직접적으로 폭력과 차별을 행하거나 선동하는 것인지 여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연히 역사 속의 극우 폭력을 재현하겠다고 하는 활동과 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활동에 제재를 가한다든지. 그러한 기준을 만들지 않고 서로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고 규탄하려는 시도들이야말로 위험한 전제를 깔고 있으며, 오히려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위협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청소년을 포함하여 모든 시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다면, 정치적인 것은 결코 금기가 되거나 차별·처벌·배제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