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꿈

샴푸 안 쓰기

공현 2015. 3. 2. 14:14

샴푸 안 쓰기 뭐 아마 두달째쯤...

샴푸를 안 쓰기 시작한 건 별다른 건 없었고, 그냥 집에 있던 샴푸가 떨어졌는데 새로 사기가 귀찮았다. 쓰던 샴푸는 내가 산 게 아니라 부모님이 주신 거던가 그랬고, 내가 새로 산다면 친환경 샴푸나 그런 걸 써야지 생각했는데 그런 걸 찾으러 나가기가 귀찮았다. 그래서 한 이삼일 비누로 감으면서 어쩔까 고민했는데, 주변에서 샴푸 안 쓰는 - 노푸 어쩌구를 보고서, 샴푸값도 아끼고 수질오염도 줄일 겸 해봐야지 하고 즉흥적인 결정을 했다.

샴푸를 안 쓰려면 원래 샴푸 양을 반으로 줄이고 어쩌구 그런 과정을 거치라고 했는데, 난 그 전에 샴푸를 쓸 때도 양을 아주 적게만 썼기 때문에 딱히 그런 과정은 거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려면 샴푸를 새로 사야 했다.)

처음엔 그냥 물로만 감으면 되는 건가, 하고 하다가 조금씩 요령이 생겼는데. 음 결론적으로 말하면 머리감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그전엔 샴푸 조금 짜서 비벼서 머리 가운데부터 좀 비비고 헹구고 끝냈는데(완전 대충!), 이제는 뜨거운 물에 오랫동안 두피를 꾹꾹 누르고 머리칼을 헹궈낸다. 머릿결은 별로 안 나빠진 것 같은데, 그건 아마 그냥 내가 샴푸 쓸 땐 머리 관리를 하나도 안 하다가 요새는 감기도 좀 정성스레 감고 말리기도 잘 말려서 그런 것 같다. 마치 한약 먹을 때 술도 고기도 안 먹어서 건강해지듯이, 샴푸 안 쓰기의 성과는 머리를 더 정성들여 감게 된 것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사실 생태계에는 어느 쪽이 더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  길어진 샤워+머리감는 시간만큼 온실가스나 에너지가 소비될 테고...

설 연휴에는 한 이삼일 머리도 안 감고 틀어박혀 지냈는데 그때 머리 속에 여드름 같은 게 났다. 간지러워서 긁으니 피가 났다. 그게 샴푸를 안 써서 그런 건지, 그냥 그때 머리를 안 감아서 그런 건진 모르겠다. 그때만 그러고 그 뒤로는 피가 나는 일은 없다.

애인은 머리에 비듬도 있고 머릿결도 안 좋다고 좀 관리하라고 하는데, 나로서는 샴푸를 쓰던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반면, 머리 감고 나와서 머리를 빗을 때 보면 체감상 머리칼은 좀 덜 빠진다. 머리칼이 많이 빠지는 게 좀 고민이었는데 (청소+탈모 양쪽 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아예 물로만 하는 건 아니고 1~2주에 한번씩 비누 거품을 좀 쓰거나, 아니면 거품이 안 나는 천연샴푸를 조금 빌려서 머리를 헹구곤 한다. 글을 보니 샴푸 안 쓴다고 하는 사람 보니까 머리 관리에 엄청나게 공을 들이던데, 귀찮아서 그렇게 할 생각은 없다. 샴푸가 엄청나게 몸에 안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좀 더 편한 쪽으로 하는 게 낫고, 그렇다면 샴푸를 안 써도 지낼 수 있다면 안 쓰는 게 더 편한 것뿐이다.

다만 미용실에 머리 자르러 갈 땐 어째야 하나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