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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청소년인권을 현관문 안으로! - 가족 내 체벌 금지를 환영하며, 청소년인권 발전의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

공현 2015. 9. 29. 11:37

 

[논평] 청소년인권을 현관문 안으로!

- 가족 내 체벌 금지를 환영하며, 청소년인권 발전의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



  드디어 한국도 가족 안에서 친권자/보호자에 의한 체벌과 언어폭력이 금지되었다.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에 따라, “아동의 보호자는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러한 법률의 시행을 환영하는 한편, 이것이 단지 법문구의 변화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청소년인권 개선의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체벌금지는 청소년이 인간임을 인정하는 이상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인권 규범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가족과 학교 그리고 모든 곳에서의 체벌을 금지하도록 권고해왔다. 2011년에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체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도록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하고, 체벌의 피해를 입은 청소년이 사건을 알리고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한국 정부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이제라도 한국 정부가 그러한 국제인권규범의 일부라도 따르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기준에서 청소년만 예외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청소년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학교에서의 체벌도 완전히 금지한 것이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는 이후 청소년에 대한 학교와 가족 그리고 모든 곳에서의 체벌을 완전히 금지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가족 내 체벌금지 시행을 환영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실효성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을 밝힌다. 지난 2012년, 서울시에서 제정한 어린이‧청소년인권조례에도 “보호자는 양육하는 어린이ㆍ청소년에게 체벌을 포함한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을 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가족 내 체벌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민 중에 이러한 내용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서울시에 사는 청소년 중 가족 내 체벌을 당했을 때 이 조례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법은 그 내용을 사람들에게 명확히 알리고 집행해야만 의미가 있다. 개정된 아동복지법 역시 널리 알려지고, 또 실제로 체벌이 일어날 때 관련 기관들이 적절하게 개입하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한 것이 되고 말 터이다. 한국 사회처럼 청소년인권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고, 가족주의가 강고하며, 청소년에 대한 폭력에 관대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럴 위험성이 크다. 널리 이루어지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폭력 — 체벌을 근절시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십몇 년 간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인권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개선되어 왔다. 그러나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신체의 자유 문제나 사생활의 자유 문제 등, 여러 청소년인권 문제들은 사적인 문제이거나 부모‧보호자의 친권 등을 이유로 제대로 문제로 생각되지 않았다. 가족 사이의 일을 권리의 문제나 권력관계의 문제로 논하는 것 자체가 금기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은 청소년들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청소년인권침해가 일어나는 주요한 무대이기도 하며, 보편적 인권 보장의 치외법권이 될 수 없다. 청소년인권은 교문만이 아니라 현관문 안으로도 들어가야 한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최근 가족 안에서의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높아지는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가족 내 체벌금지가 그 한 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가족 안에서도, 체벌만이 아니라 청소년인권 침해가 모두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15년 9월 29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