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단상

공현 2015. 10. 11. 23:24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단상


말 그대로 음 ...
좀 더 정리하고 글로 만들어봐야지 싶긴 한데
짬이 안 나서 생각나는 거 몇 개만 적어놓습니다.



- 굉장히 단순하게  [국정화 => 여당 입맛에 맞는 역사왜곡]이라는 도식이 채택되고 있는 게 보이는데, 꼭 그게 동일한 문제는 아닙니다. 설령 국정1종의 교과서로 만들더라도 학계의 연구나 평가와 달리 왜곡된 내용이 들어가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이고, 또 민주주의나 인권의 가치관에 비춰볼 때 문제인 내용이 있으면 항의할 것이겠지요.
검인정일 때에도 사실 정부가 자기 입맛대로 하고 싶으면 검인정 기준-가이드라인을 그렇게 바꾸면 됩니다. 최근에 있던 교과서 수정 지시 파동 때처럼. 물론 그런 경우에는 좀 더 변수가 많아지고 소송 제기 등의 시끄러워지는 일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긴 하더라도요.
국정1종의교과서라는 거 자체가 검인정 다종 교과서 체제에 비해 별로라는 건 동의하지만, 국정 교과서는 곧 그런 왜곡이고 세뇌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온당할까? 국정 교과서가 왜 안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 좀 더 원칙적인 검토와 비판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설령 국정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과 서술방식 등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해야 하고 비판해야 할 것이다.


- 교과서라는 게 가지는 사회적 권위와 의미가 분명 가볍지 않지만,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대로 학생들이 믿게 될 거란 것도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다. 나도 국사 국정교과서 세대지만 사실 나 국사 교과서 지금 생각 하나도 안 나... 나중에 읽은 위키가 차라리 기억나지; 
교과서와 학교 수업 등은 교사와 학생이 뒤섞인 과정이다. 교사는 교과서대로 가르칠 것인가? 다른 해석을 말하지 않고? 학생은 그대로 믿을 것인가? 다른 해석 없이? 시험은 또 어떻고? 
차라리 교과서 대로만 가르쳐야 하고 교과서 대로만 배우고 시험을 쳐야 하는 초중등교육 교사와 학생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더 필요한 건 아닐까?


- 역사를 보는 관점에 대해. 일단 학계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자체는 이견이 없지만, 교과서상 서술이 그리 단순한 건 아니라는 건 명백하다. 가령 백제의 요동공략설 같은 문제들......어느 학설을 어떤 비중으로 취사하고 어떤 어휘를 쓰냐 같은 건 관점에 따라 달라질 문제다. / 그런데 그동안 검인정 교과서에서는 그럼 그런 관점이 어땠지? 사실 그것 역시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통과된 것이었고, 그렇게 고수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싶다.


- 역사 교육 자체의 문제에 대해. 무슨 나라가 뭘 했고 무슨 왕이 뭘 했고 하는 걸 외워서 시험을 보기 위해서 공부하는 그런 역사 교육이 과연 좋은 역사 교육일까? 역사 교육의 패러다임, 방법론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지. 일단 입시 문제를 벗어나서, 학생들의 삶과 사회적 인식 및 교양을 발달시키는 걸 목표로. 역사에 대한 상식이나 지식이 많아지는 게 과연 꼭 필요한 걸까? 더 중요한 건 다른 거 아니고?


- 역사 교과서가 국정이 되느니, 박근혜 입맛에 맞게 되느니 하는 문제들이 결국 학생들을 '누군가의 욕심에 부합하는 존재'로 길러내고자 하는 갈등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안 내킬 때가 있다. 방향성만 다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