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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부안 A고에서의 반복된 인권침해와 ‘갑질’이 보여주는 것

공현 2017. 7. 15. 14:39

[논평] 부안 A고에서의 반복된 인권침해와 ‘갑질’이 보여주는 것



최근 전라북도 부안군에 있는 사립 A고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학생인권침해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의 수사와 전북교육청의 특별감사도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학교 측은 제대로 된 입장 표명과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걱정스럽다. 우리는 경찰의 수사를 통해 형사처벌을 해야 할 사항은 확실히 처벌할 것은 물론, 교육청은 학교에 대한 감사와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에 이어 학교 전반의 개혁과 학생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종합적 노력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현재 불거지고 있는 것은 주로 체육교사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비롯하여 교사들의 성희롱성·여성혐오적 발언들이다. 그밖에도 지금까지 공개된 학생들의 제보와 증언 내용은 매우 광범위하다. 반인권적 복장단속과 체벌 및 폭언·모욕 등의 폭력, 보충수업 강요 등의 학생인권침해부터, 수행평가 점수나 생활기록부 기록 등을 빌미로 학생들에게 선물과 편지와 감정노동을 요구하고 심부름을 시키는 등의 행태까지 다양하다. 일부 교사들이 사실상 학생들 위에 군림하며 ‘갑질’을 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일부 부적격 교사들의 일탈’로 볼 것이 아니라, 교사-학생 간 권력 관계와 교사들 사이의 동맹과 묵인 등 수직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의 구조 속에서 상습적·반복적으로 계속되어 온 문제로 봐야 한다.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수년 전 졸업한 졸업생들의 제보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은, 부안 A고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오랜 시간 동안 두려움 속에서 굴종과 침묵을 강요받아 왔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 준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은 직접 나서지 못하고 익명의 제보만을 하고 있으며, 학교에 대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A고 외에도 여러 학교들에서 나타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학교의 문화와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며, 학생들이 두려움 없이 문제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더 민주적이고 평등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조사와 처벌은,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학생인권조례를 더욱 강화한 학생인권법 제정 등 제도적 변화를 통해 학생인권 보장의 기준을 확고히 하고 학생들의 인권과 학교 안에서의 발언·자치·참여의 권리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더 이상 '사립학교는 학생인권조례를 안 지켜도 된다'는 따위의 잘못된 인식이 통하지 않게 하고 사립학교 운영과 인사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을 손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교육청과 정부가 부안 A고의 사건을 중대하게 받아들이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전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A고 사례와 같은 ‘갑질’들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을 지배하고 ‘갑’이 되는 관계가 아닌, 교사와 학생이 민주적으로 함께 학교를 꾸려 나가는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뭉쳐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며, 우리 청소년인권연대 추진단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 교육청과 검경은 부안 A고 사건에 대해 엄격하게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
- 부안 A고는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치유를 위해 노력하라!
- 정부와 국회는 학생인권법 제정, 사립학교법 개정 등 학생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




2017년 7월 15일
청소년인권연대 추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