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것같은꿈

안녕하세요, 언젠가 죽을 여러분.

공현 2018. 4. 2. 18:16

안녕하세요, 언젠가 죽을 여러분.

돌이켜보니 제가 병역거부로 수감되어서 강제적으로 1년 이상 쉬는 기간을 가졌다가 출소하고, 다시 활동을 시작한 지가 만으로 4년 반 정도, 5년째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 6년 정도를 활동하다가 2011년 12월 정도부터 쉬었으니까, 긴 휴식 전에 살아왔던 만큼의 시간의 80% 정도의 시간을 또 어느샌가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이라는 게 그렇지만,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사람일수록 과거 자신이 했던 일들이 지금의 자신을 또 옭아맵니다. 요는 2013년 이후의 5년의 활동의 밀도가 훨씬 높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과거의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정리할 사람이 나밖에 없구나 하는 고독감과는 별개로 나밖에 할 수 없는 역할들이나 내가 쌓아올려서 그 앞을 또 내다봐야만 하는 성과들을 앞에 두고 좀 질리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할 여력을 과거의 연장선에 다 빼앗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만큼 했으면 충분히 많이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자꾸 듭니다. 하고 싶어서 마음속에 모셔둔 기획들이나, 대중조직(청소년인권연대 추진단) 관련해서 하고 싶고 해야 하고 요청받는 몇 가지 일들이 있는데 도무지 손을 못 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의 저는 좀 너덜너덜한 상태로 연명하고 있습니다. 요구받는 해내야 하는 일들을 어거지로 해내고 있는 것에 가까울까요. 체력의 문제도 있을 테고 심리적으로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떠올릴 에너지가 남아 있질 않아서 그렇습니다. 에너지가 조금 돌아올 때마다 눈앞의 일들을 없애는 데 모두 쓰고 마는 기분이에요. 작년 하반기부터 이런 상태였는데, 도중에 추석 연휴로 일주일쯤을 쉬고 또 2-3일쯤 쉬고 오고 하면서 그런 힘으로 어떻게 지나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이른 것 같아요. 요즘 저는 무엇을 할 때건 죽는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지금의 삶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만, 그저 지금 여기서 멈추고 더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무책임한 사람들, 지능을 쓸 의지가 결여된 사람들, 진부한 인간들, 착하고 유순하고 싶은 사람들, 상처입은 인간들을 생각할 때마다 정말 진절머리가 나서 세상을 끝내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언제나 슬펐으니 딱히 슬픈 것은 아닙니다만, 지친 것이지요.


말할 것도 없이, 죽음은 삶의 모든 문제에 대해 언제나 논리적으로 정합적인 해결책입니다. 그것은 즉자적이고 유물적인 존재의 속성상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죽은 이후나, 나의 연속성이라거나, 삶의 의미라거나, 나의 고통은 절대로 함께할 수도 없는 타인의 입장까지 생각하는, 그런 존재이기도 하니까 그 해결책을 회피하는 것입니다. 단지, 지금 저는 의미를 만들어내거나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있는 힘이 다 떨어져서 거기에서 눈을 돌리기가 어렵네요.



서설이 길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본론이 더 짧습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서설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드리고 싶은 말씀은 좀 쉬겠다는 것입니다. 대략 4월 6일 정도부터 한 달쯤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기간 동안에도 완전히 쉬지는 못할 거예요. 농성도 챙길 것이고 그 외에도 벌려 놓은 일들도 있고……. 그러나 2주 정도는 직장(벗)도 무급 휴가를 신청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는 꼭 참가하고 챙겨야 하는 일들 외에는 모두 취소하거나 거절하려고 합니다. 그러는 동안에 조금 힘이 돌아오면 마음속에 모셔둔 글들과 기획들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 이영도 신작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영도를 읽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