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이름을 알 것 같은 벌레

공현 2008. 3. 18. 02:06


이름을 알 것 같은 벌레

이름모를 벌레가 그의 엉덩이로 기어온다
손가락이 시려운 그와
키스하는 아파트 옆 공원 벤치
이름을 알 것 같은 벌레가
실눈 뜬 내게로 기어온다

나는 그의 허리를 간질이며
조심스레 슬쩍
인기척을 낸다
이름을 알 것 같은 벌레는
놀라지만 도망가지 않는다

다시 눈을 감고
나 벌레가 된다
내 등을 쓰다듬는 그의 더듬이에
이름을 숨긴 벌레가 된다

알 것 같은 이름을 굳이 숨긴
벌레 셋이 넷이 다섯이
조용히 만나고 있는데
나는 숨을 죽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죽이지 않을 듯한 밤이면
우리는 벌레가 되어 서로 더듬이를 비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