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분하고, 억울한 마음으로 새벽에 집에 와서 쓰는 글

공현 2008. 5. 28. 04:41
그간 촛불집회는 여러 차례 참가했었지만,

지난 토요일 저녁 거리행진이 시작된 이후로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로 구호는 "고시철회 협상무효" "이명박은 물러나라" "연행자를 석방하라" "함께해요 민주시민" 정도였다.


그런데 그동안 참가했던 사람들에게 들어온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무슨 차에다가 커다란 앰프 같은 걸 실어서 '선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부터 참가하던 사람에게 물어보니까 전에는 저런 게 없었다고 하며 저 사람들 뭐냐고 했다.

도중에 명동 롯데백화점 쪽 길에서는 유턴을 두 번이나 해서 완전 우왕좌왕 -_-;

차가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서 천천히 가게 되니까, 계속 차 속력에 맞춰서 천천히 가라고 했다. ;;

그러다가 명동을 왜인지 한 바퀴 돌고 을지로2가 사거리 쪽으로 가는데 전의경들이 길을 막고 있으니까,

모여서 뭉쳐서 천천히 뚫고 가자고 막 모이라고 해서 모였는데

앞으로 가다가 갑자기 전의경들 앞에서 또 유턴했다 -_-;;;;


나도 뭐 경찰이랑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데,(싸우는 게 더 안 좋을 수도 있고)

뭉쳐서 뚫자고 막 모이게 하더니 바로 앞에 가서 유턴하고 뒤로 돌아서 명동길로 들어가자고 하는 건 뭥미...


여하간 명동성당이 있는 명동길로 접어들었는데
명동길 반대쪽 끝에 CGV 있고 한 데도 경찰들이 막고 있었다.
그러니까 "명동성당 명동성당"한다.

하여, 명동성당으로 가려고 돌아서 가니까 우리은행 사거리에 경찰들이 또 진을 치고 있고 시위하던 사람들은 밀리오레 쪽으로 가 있었다.

유턴을 한 번씩 할 때마다 사람 수가 줄어드는 거 같았다 -_-;

특히 전의경들 앞에서 유턴할 때마다, 그 전의경들 앞에 남는 사람들이 있었다.


밀리오레에서 앉아서 어떻게 할지 토론을 하자고 하는데 경찰들이 쫓아와서 일어났는데,

앞에 스크럼 짜고 경찰이랑 대치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뒤에서 사람들이 큰길 쪽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경찰이랑 대치한 사람들한테 앞으로 행진해 가자고 이야기하는데,

그 차와 앰프를 끌고 온 사람들 같은 사람들 4~5명은 둥글게 모여서 이야기하고 있더라. 지나가다가 잠깐 들린 말은, 대충 뭐 대부분 사람들이 가면 뒤에 남은 사람들도 따라올 거라고 -_-+
약간 화가 났었다.

명동에서 그렇게 도망치듯이 나와서 숭례문을 타고 다시 시청으로 가는데-
그 차는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어디에서 갖고 나온 차였을까;;


그런데 시청 도착하니까 앞에 전의경들이 바글바글했다.
시위하던 사람들은 플라자호텔 앞에서 전의경들에게 포위되었는데
잠시 긴장된 분위기가 흐르다가 전의경들이 포위를 풀었고,

그때 청계광장으로 가서 집회를 정리하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되어서 경찰에 그렇게 말을 하고 쏼라쏼라를 해서 경찰이 청계광장 가는 쪽 길을 열어줬다.
(이때, 처음 시작할 때는 2천은 넘어 보이던 사람들이 어느새 200~300 정도로 줄어 있었다.)



전의경들이 청계광장 가서 정리하라고 비켜주니까 사람들이 다 안심하고 횡단보도 건너서 가는데

갑자기 시청 광장에 전의경들이 막 뛰어다녔다.
난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정리하고 해산한대니까 전의경 몇 부대를 돌려보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시위 대오를 2~3 조각으로 나누면서 전의경들이 줄을 맞춰 사람들을 포위했다.

한 50명 정도가 고립된 곳이 있었고, 달랑 5~6명만 갇혀 있는 곳이 있었고, 나머지는 다 밖에 있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바깥이었는데

시청광장 앞에 있는 무대 위에 50여 명의 사람들이 올라가서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폭력경찰 물러가라, 평화시위 보장하라, 그러면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을 에워싸고 있는 전의경들 주변에서 항의를 하고 있었다.

시청광장 잔디 위, 그리고 인도에 있던 사람들을 이렇게 가둬놓는 이유가 뭐냐, 평화시위 보장하라...

남대문경찰서장이란 사람이 기자들 나오라고 그러고, 밖에서 항의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기자들 나오지 말라고 나오면 연행할 거라고 하고... 여하간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던 와중에 무대 위에서 촛불들고 서 있던 사람들을 전의경이 갑자기 포위했다.

도대체 200명 정도 사람들한테 전의경만 몇 부대가 투입된 건지 모르겠다. 내가 본 것만 족히 1000명은 되어보였다.

거기서도 난리가 난 마당에-

전의경들이 사람들을 포위하고 연행해가려고 하는 곳 주변에서도 또 무슨 소란이 일어나서 막 가보니까

전의경들이 포위망 바깥에서 있던 사람들 중에 청소년 세 명을 포위망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한 명은 구했는데 다른 두 명이 끌려 들어갔다. ㅠ

끌려간 두 명이 아는 사이였기에, 정말 막 분해서 눈물이 났다.

무대를 포위했던 전의경들은 포위망을 풀고 갔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연행이 되었다.

오늘 하루만 연행자가 110명이 넘는다고 한다.

하루하루 연행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하지만 하루하루 시위도 계속되고 참가하는 사람들은 줄지 않는다.

나는 연행된 청소년 분들 관련해서 변호인 알아보기라거나 등등을 하다가, 그리고 시청역에서 자유발언 및 토론을 사람들이 계속 하는 걸 보고 듣다가,

지금에야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비를 많이 맞았다.

내일은 초곰 쉬면서 전단지나 만들어야겠다 -_-



이 땅의 민주주의가 죽었다고들 하지만

뭐 사실 경찰은 예전부터 이런 식이었고,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맨날 이런 식의 경찰들과 맞부딪쳐왔다.

어차피 민주주의는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었고

지금 좀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