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

빈곤의 경제 - 바바라 에렌라이히

공현 2008. 7. 14. 20:10


  나는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모욕적인 행위들 ― 약물검사, 끊임없는 감시, 관리자의 ‘엄한 질책’ ― 이 저임금을 유지하는 일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자신이 별로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믿게 하면 자기가 받고 있는 임금이 실제로 자신의 가치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직장내의 독재주의에 또 다른 기능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관리자들은 자신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아니라면 곧 모든 일이 엉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내가 받은 인상과는 다르다. 나는 일부 냉소주의자들과 자신들의 힘을 잘 안배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반면, 실제 게으름쟁이나 약물중독자, 도둑은 만난 적이 없다. 오히려 임금이나 어떤 형태로든 그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너무나 미미한 일자리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으며 때로는 슬프기까지 했다. 사실상 이들은 일을 제대로 하는데 관리자들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웨이트리스들은 손님들에 대한 주인의 인색함에 화를 냈고, 객실 청소부들은 때때로 시간제한 때문에 일을 꼼꼼히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으며, 매장 직원들은 관리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과도한 재고로 매장을 어지럽히는 것보다 깨끗하게 정리하고 싶어했다. 그들에게 맡겨두면 스스로 업무에 대한 협동과 분담 시스템을 고안했으며, 문제가 생겼을 때는 상황에 대처할 줄 알았다. 실제로 복종을 강요하는 일 외에 관리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직장에서의 불합리한 악순환은 경제가 아니라 극단적인 불평등 문화로 인해 이루어지는 것 같다. 기업의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과 심지어 더 메이즈의 사장과 같이 시시한 기업가들도 그들이 의지하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보다 훨씬 높은 경제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실제 경험보다는 계층에 대한 편견 ― 종종 인종적인 문제이기도 한 ― 과 관련이 있어서 자신들이 직원으로 뽑는 계층의 사람들을 두려워하거나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약물검사나 성격검사와 같은 모욕적인 방법들과 강압적인 관리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비용이 들며 ― 관리자 한 명당 1년에 2만 달러 이상, 약물검사 1회당 100달러 등 ― 이러한 억제를 위한 비용 상승이 임금을 높이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억압을 초래한다. 거대한 사회일수록 비슷한 순환을 겪는 것 같다. 감옥과 경찰에 훨씬 더 많이 투자하는 반면, 집합적으로 ‘사회적 임금’이라고 통칭하는 빈민들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삭감하고 있다. 또한 거대한 사회일수록 억압에 드는 비용은 필요한 서비스를 확장하고 복구하는 데 또 다른 걸림돌이 된다. 이는 우리를 더 심각한 불평등의 상태로 몰아가는 비극적인 악순환이며, 결과적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억압하는 사람들뿐이다.


  그러나 저임금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이든간에 ― 내 설명은 피상적인 것밖에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적게 벌고 있다는 것이다.


                                        - 바바라 에렌라이히, 『빈곤의 경제』, pp.252-254. 옮긴이 홍윤주. 청림출판.



바바라 에렌라이히의 『빈곤의 경제』를 다 읽었다.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직접 체험하며 기록한 수기.

빈곤의 경제라는 제목은 뭔가 경제학 서적 같은 느낌이 드는데,
원제는 'Nickel and Dimed'로, 이쪽이 좀 더 책의 내용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읽으면서 주거 임대료 문제와, 서비스 저임금 노동의 노동 조건(그리고 그 비인간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청소년노동인권이나 비정규직 생각도 많이 했고...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