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

임시 야간 숙소 (1931년) - 브레히트

공현 2008. 10. 2. 22:38

임시 야간 숙소 (1931년)


                   - 베르톨트 브레히트


듣건대 뉴욕
26번가와 브로드웨이 교차로 한 귀퉁이에

겨울 저녁마다 한 남자가 서서
모여드는 무숙자들을 위하여
행인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임시 야간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책을 읽는 친구여, 이 책을 내려놓지 마라

몇 명의 사내들이 임시 야간 숙소를 얻고
바람은 하룻밤 동안 그들을 비켜가고
그들에게 내리려던 눈은 길 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으로는 이 세계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한 방법으로는 착취의 시대가 짧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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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방법이 있기에 한겨울에 동사(凍死)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줄어들 것이고 또 누군가는 한순간이라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자에게 나는 분노하거나 냉소하겠지.
그 알량한 투쟁으로 누구를 행복하게 해왔느냐고 물어보겠지.
누구누구를 행복하게 해왔노라고 하면
그것이 저 사람들이 자신들을 포함하여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보다 진정 가치있는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느냐고 하겠지.

저 사람들은 착취의 시대를 짧게 하기 위해서 일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겠지. 그러니까 그것을 근거로 비판하기는 어렵다고.
그저 행복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하겠지, 나나 당신처럼.


나는 항시 다른 사람에게 별로 상처주지 않고 그렇게 하는 류의 일을 하는 사람들, 한비야 씨나 테레사 씨 등을 보다보면 부러움을 느낀다.

부러움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타자화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다는


---- 나 자신이 그러한 '자선'을 정치적으로 부정하는 쪽에 속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