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것같은꿈

가혹한 10월을 살아내기

공현 2008. 10. 9. 11:21


요즘은 등하교길 홍보를 한다. 거의 1년 반만에 이렇게 빡세게 해보는 듯 -_-;; 

컴퓨터도 못하고 블로그도 못하고 등교-하교-회의를 반복반복
거기다 이번엔 중간고사 기간이랑 겹쳐서, 시험인 학교들은 10시, 12시에 가야 한다. 하루에 3번 홍보를 뛰는 경우도 있다.
아직까지는 정근이다. 지난 주에 빠진 것도 다른 회의랑 겹쳐서 빠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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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마다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들이 있다.

마야의 나를 외치다
동물원의 세상에 속을지라도
여행스케치의 My life
투니버스 "나에게로의 행로"(포춘독)
Bump 의 스노스마일
기타 등등...

특히 요새는,
"물론 쉴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무지개를 쫓는 방랑자처럼 우리가 흘리는 눈물만큼의 걸음을 걷잖아"
라는 구절을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

동물원 노래를 들을 때 하나의 잔재미는, 작사-작곡을 동물원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하는데 각자의 곡 스타일이 있고 각자 반복되는 구절, 표현들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곡 스타일에는 다양한 실험들이 있지만, 가사의 모티브, 감정, 특정한 표현들은 자주 반복된다.
나는 유준열 씨의 노래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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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피로감은 이질감과 비슷하다. 내 몸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며, 뭔가 이질적인 것이 나의 작동 체계에 끼어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몸 곳곳의 통증.
팔꿈치, 발, 어깨, 무릎, 허리, 배(이건 보통 식사를 불규칙하게 해서;), 머리...

아침에는 몸을 속일 수 있다. 잠에서 일어나서 샤워 한 번 하고 나면. 그런 점에서 차라리 등교길이 덜 힘들다.
하지만 아침을 먹고 나면 마술은 풀린다. 조각조각 무너져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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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면 신경질적이 된다.
동시에, 감정적-정서적-성적 욕망이 계속 표면으로 드러난다.
걱정해주는 말을 듣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포옹하고 싶고, 기대고 싶고, 기타 등등...
그런 식의 충동들을 타자화시키면서 볼 수 있는 이상은, 아직은 괜찮다.

다만, 나 이렇게 힘들어요, 라고 어필을 하며 걱정을 시키고 싶은 것은 마음 먹은 대로 통제할 수 없다.
가능하면 그런 식의 생색내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말이지.

특히 내가 종종 성별화된 감정노동을 주변의 여성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걸 발견하면서 나 자신에게 욕을 해대곤 한다.

힘든 척하는 건지 진짜로 힘든 건지 그런 구별은 별 의미가 없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척 할 수 있는데, 그런데도 힘든 티를 내는 것은 이미 힘든 척하는 것이다.


*** 이 글을 읽고, 혹시라도 누군가가 "ㅠㅠ"라거나 "힘들지?"라거나 그런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을 미리 거절해둔다. 나는 그런 반응을 원치 않는다. 물론 내가 원치 않는 게 남도 원치 않는 건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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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비정규센터(정확히는 이** 노무사)에서 나에게 왜 비정규직 포럼과 인턴을 제안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정규센터의 사람들은 나를 "대학생"으로 취급한다. 정확히는 "(진보적 대)학생운동을 하는 대학생"으로.
하지만 나는 대학교 안에 인맥도 없고 대학교 안에서 뭘 해볼 의욕도, 해볼 수 있는 수단이나 기반도 없다. 나는 대학생이 아니다. 지금도 일제고사 홍보 뛰다가 휴학해야 하나 걱정하는 판국에 무슨.

처음에 할 때는 그냥 학교 안에 포스터 붙이고 홍보물 나눠주고, 학교 안에서 비정규 포럼 일은 그정도만 생각했는데, 학교 안에서 청소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논의를 하는 걸 들으며 멍하니 있다보니...

가끔 이야기하는 걸 듣다 보면, 비정규센터에 있는 활동가들 중 몇 명에게는 청소년인권운동이라는 영역은 미지의 영역이거나 존재하지도 않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애초에 이 일이 기대하는 것이 그 정도 수위의 것, 그 정도의 대학생스러움이었다면 안 하는 게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대학생스럽지 못하니까-_-

그래도 일단 하기로 한 이상 할 만큼은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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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는데, 실제로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원래 저번주 정도에 받았어야 했을 돈이 총 20만원 정도 있는데 한 곳에서도 안 들어와서 돈이 없다. 
통장 잔고가 2000원 정도를 가리키는 걸 보고, 지갑에 몇 천원밖에 없는 걸 보면서 대체 돈(발제비, 공금에빌려준돈, 원고료 등등)이 언제쯤 들어올지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돈을 쥐어짜서 Upass를 충전해서 홍보를 다니고, 홍보하고나서 밥을 같이 먹는 걸 내가 먼저 내고, 나중에 홍보용으로 배정된 공금으로 받고 하는 걸 보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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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올해 시월은, 다소 가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