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지하철 안에는

공현 2008. 10. 25. 21:39
지하철 안에는

지하철 안에는 시선이 희박하다
희박한 시선에 시선의 희박에
사람들이 질식할 법도 하건만
살아남은 우리는
허약하다

지하철 안에서는 허가받지 아니한
잡상인의 물건을 구입하지 말라고
짐짓 존댓말로 겁을 줄 때
허가받은 광고들은 시선을 쫓아낸다

도망친 시선들을 좇아가는 건
조금씩 떨고 있는 아픈 물방울



- 서울 지하철에서는 얼마전부터 지하철 기초질서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내 성범죄 근절 같은 것들은 당연히 환영할 일입니다만... 그 기초질서 항목들 속에는 폐지를 수거하는 사람들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신문을 지하철에 놓고 내리지 말라고 하거나, 허가받지 않은 상인 분들의 물건을 사지 말라고 하거나, 구걸하는 분들에게 동정을 하지 말라고 하거나, 그런 것들도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지하철을 타면 어디로 시선을 두든 눈에 들어오는 온갖 광고들이 더 끔찍합니다. 폐지수거하는 분들, '잡상인'들, 구걸하는 분들, 이런 분들을 모두 철거해버리는 기초질서란 건 정말 비인간적이라고 느껴집니다. 휴- ㅠㅠ
\


(옛날에 쓴 시인데 이사할 때 안 옮긴 걸 깨닫고 뒤늦게 주워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