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태양이 빛나는 밤에, 추천 글-

공현 2008. 11. 18. 12:59



문학동네에서 "태양이 빛나는 밤에"라는, 김진경 씨가 쓴 청소년소설의 추천글을 부탁해서 쓴 짧은 추천글...

솔직히 추천글은 거의 안 써보고 비평글만 써봐서, 비평처럼 되어버렸지만;;;

근데 이거 벌써 공개해도 되나?
에이 원고 본문 공개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태양이 빛나는 밤에 뒤표지에 이 추천글이 다 실리는 것도 아니니, 이렇게 올려둬도 별 문제 없겠지;;; 문제 있으면 문학동네 분이 덧글이라도... 쿨럭

근데 문학동네가 생각해보니까 최근에 '혀' 표절 문제가 있고,
김진경 씨도 생각해보니까 예전에 전교조에 쓴소리한답시고 뻘소리 좀 했던 사람이고 -_-;
소설도 딱 100% 맘에 드는 건 아닌데 현재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일정한 의미가 있고 뭐 그렇게 나쁘진 않아서 추천의 글을 썼는데

흠;; 쓰고 나니 뭐- 에이 상관 없겠지






  『태양이 빛나는 밤에』는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아니, 알레고리라고 하기엔 아무래도 좀 직설적이니까, 그냥 과장적인 판타지 정도라고 해둘까? 소설은 한국의 교육이, 사회가 계속 이런 방향으로 치닫게 되면 어떤 끔찍한 세상이 되어갈지를 그야말로 현실에 밀착한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청소년 소설로 쓰여진 한국판 『1984』(조지 오웰)라고도 말할 수도 있겠다.
  지하도시, 제1구역, 2구역, 3구역 등의 분리/불평등과 시계모자, 언론통제, 경찰폭력, 그리고 뒤바뀐 낮과 밤 등등은, 매우 현실적인 상상력이 낳은 장치들로 독자들에게 지금 사회 현실의 문제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특히 이 소설 곳곳에는 이명박 정부라는 당장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의식하고 설정된 것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 이런 현실성은 이 소설의 다소 약한 캐릭터, 가끔씩 부족한 사건 전개의 개연성, 어느 헐리웃 영화에선가 본 듯한 식상한 몇몇 장면 등의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매력 포인트이다.
  마지막으로, 중앙시계탑을 부수는 클라이막스에서 소설이 마무리되는 것은, 교육문제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즉, 시계모자(교육문제)를 없애는 것은 사회를 바꾸기 위한 첫 단추이며 거의 모든 것이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중앙시계탑이 부서졌다고 해서 이 소설에서 그려진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태양이 빛나는 밤에』는 혁명(이렇게 불러도 무방하리라)의 첫 걸음까지만을 그린 이야기이고, 그 이후에 작중의 사람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더 길고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이런 결말은 어쩌면 작가의(동시에 우리의) 무의식 중의 불안이 반영된 것은 아닐지, 그래서 그 벅찬 첫 걸음에서 결말을 지어버린 것은 아닐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