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황사주의보

공현 2008. 1. 11. 13:32
황사주의보
 

난방비를 아낀다고 창문을 바꿔 달았지
그런데 새 창도 신통치가 않은걸
일기예보에선 별 얘기 없었는데도
황사가 종종 날아 들어오지

복도를 타고 울려오는
계집애도아닌데왜이리조잘대
몰려다니는 남자애들이 흘린
나이스바디미스코리아폭탄엉클장
상표만 없는 알록달록한 별명들
오분만더공부하면남편직업이달라진다
수업 시간의 노신사 분은 모래를 털기도 하지
목구멍에 걸리는 따끔따끔한 황사 먼지들

베란다에선 남자애들이 가래침을 카악대며
먼지를 일으키지
환상이 깨졌다며 눈살을 찌푸리지
햇볕 아래서 조잘대던 우리들 다리에
프라이팬 기름처럼 튀지

그렇게 황사는 계속 심하고
저 선생님은 페미니즘적이라 인기가 없지
그러고 보면 이모는 마흔이 넘게 시집을 안 갔지 어거지로 선을 보는 족족 차버리더니 발톱이라도 깨졌는지 황사에 목이 막히는지 우울증에 걸려선 드레스룸이 없어 못 죽는 댔어

나는 입을 꾹 다물지만
때가 탈까 검은 옷을 입어 보기도 하지만
결국 다 먼지에 절어 버리지
아무도 황사주의보를 내려주지 않는 데 좀 지친 채
황사가 묻은 몸을 씻어 보지만
눈도 코도 목도, 밤새 따끔거리지

 

 

 

 

 

 

 

양성평등 글짓기던가.. 2005년에, 7월 여성주간을 기념하여 4월 30일인가까지 공모를 해야 하는 관계로 썼던.
무슨 시장 어쩌구 차원의 상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