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아수나로에서 교육-공부에 대한 고민

공현 2009. 2. 11. 15:19
아수나로 게시판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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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제가 아수나로 서울지부의 친구들 또는 친구는 아닌 동료들이라거나,(나누는 기준은 모호합니다. 그러니까 누가 친구고 누가 동료냐고 묻진 마세요)
아수나로 활동회원 분들에게 답해야 하거나 이야기해야 하는 주제들이 몇 가지 있는 것 같아서요.

예컨대 "소통"이라거나 "수단'이라거나 "공동체"라거나 "단체"라거나, "진보"라거나...


뭐 그래서 뭘 먼저 쓸까 하다가...

"수단"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상식에 근거한 인식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으며 저 자신을 이해해줄 것을 호소하는 것 정도밖에 안 될 것 같고.
"소통"과 "공동체", "진보" 이야기는 중요하긴 하지만 쓰려면 매우 많은 분량이 나올 듯해서 유보.
"진보" 등은 여러번 써왔으니까 패스.


일단 "교육"이랄까,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구요 @_@;;
이건 딱히 논쟁이나 쟁점이 되었다기보다,
간단하게 최근에 많이 제기되고 있는 내부 공부의 필요성 등에 호응(?)하여...


약간은 '공동체'나 '단체'에 대한 이야기랑도 엮이는 부분이 있긴 한데 뭐 설렁설렁 넘어가봅시다 -_-;;


서울지부 이야기가 많지만, 다른 지부 분들도 읽고 참고할 부분이 있을 듯해서 자유게시판에 올립니다.




z  (a부터 시작하는 알파벳 서열에 반대하며...)

아수나로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아수나로 이전에 수많은 관계나 경험들의 총체이고, 또 아수나로에 들어온 이후에도 아수나로 바깥에서 많은 경험을 한다.

교육 또는 공부라는 건 이렇게 아수나로 바깥에서의 경험들로 형성된 사람들이,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데 좋은 여러 생각이가 고민들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며,(사고방식 교육)
동시에 이런저런 유용한 기술들을 배워나가는 과정일 것이다.(기능 교육)
-- 두 가지 종류.



y

아수나로는 그다지 많은 것을 책임질 수 없다.

간단히 생각해봐도 돈도 없고 사무실도 없고 사람도 없고 능력도 없는데...

또한 아수나로는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치고 있는 많은 사안들, 항상 우리 주위에 숨쉬고 있는 인권침해들에 대응해서 청소년인권운동을 해나가는 조직이며,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조직이기도 하다.

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라는 건 아수나로가 좀 더 내실을 다져가면 좀 더 넓어질지 몰라도 일정 이상으로 커지긴 어려울 것이다.




x

사고방식 측면에서...
일단 아수나로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청소년인권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수나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청소년인권에 대해서는 이게 정답이니 외우삼", 이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또 아수나로의 모든 사람들이 다 청소년인권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하고 비슷한 말을 하는 것도 또 재미없는 일 같기도 하다.

청소년인권이나 청소년인권운동에 대해 다양한 정보와 경험들을 전달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정보나 경험을 추종하는 무리들을 만들고 싶진 않다. --;;
그리고 이런 정보 전달은 대개 지루하다. 말로 열심히 떠드려면 몇 시간을 떠들어도 모자란다. 나처럼 30분 이상 강연하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차라리 하고 싶은 말을 책이나 글로 해서 좍 읽히고 싶은데, (그래서 아수나로북을 추진한 거니까)
글을 준다고 다 읽을 것도 아니고- 그리고 글로는 아무래도 상호 대화를 못하는 한계가 있긴 하다


좀 더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공부면 좋겠다.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대 부분, 현재의 인권침해에 동의하는 경우들은 현재의 이런 사회 외의 다른 상황을 잘 상상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A나 B가 바뀌기 위해서는 G나 H 등도 모두 통째로 바꿔야 하는데, G나 H까지 바뀐 사회를 잘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고방식에 대한 훈련은 이런 식으로 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입장이나 지식들을 외우게 한다고 해서 사고방식이 훈련되지는 않는다.
근데 그렇다고 또 "연습문제"나 "예제"를 내가면서 사고방식을 훈련시키는 것도 옳은 방식인지....

직접 자기가 자기 생각을 글을 써가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이건 글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 (글을 찾아가며 비슷한 주제의 커리를 억지로 끄집어내서 읽는 것보단, 서로 쓰고 읽는 게 더 나을 수도)


또, 이런 식의 공부는 대부분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고, 많은 노력 투자가 필요하다.


다른 난점으로--- 기존에 활동하던 사람들 - 어느 정도 훈련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지적 권위랄까 말빨이랄까 그런 것들을 100%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내가 지금까지 만나보고 이야기해본 바로는, 게로게론은 '여성주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여성주의를 막 가르칠 수는 없지 않은가;;
(뭐, 그리고 여성주의나 군사주의 이런 것 자체를 굳이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청소년인권과 관련된 사안에서 시작해서, 다른 사상이나 이야기들을 경유해서, 다시 청소년인권으로 돌아오는 공부를 하고 싶다.)

이래저래 곤란하니까, 대학교나 대학원에서는 그래서 교수들이 그냥 논문이랑 커리 던져주고 읽으라 그러나보다 --;;



w

좀 특별하면서도 단순한 예로 글쓰기 이야기를 해보자면...
글이란 건 좀 특이한 기능이라서, 글쓰기 기술을 가르치는 게 얼핏 보면 가능한 것 같아도,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글을 어떻게 고치는 게 좋겠어, 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을 듣고서 글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란 건 글쓰기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에 이른 사람이다.
최소한 글을 어느 정도 정리해가며 흐름을 잡고 쓸 수 있는 사람에게나 글쓰기를 가르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상황인 것이다.
(여기서 어느 정도 수준, 이라는 건 재능이 있거나 잘 쓰는 뭐 그런 차원이 아니라, 최소한 읽는 사람이 뭔 소린지 알아들을 수 있게 정리되어 있는 글을 쓸 수 있느냐, 의 최소한의 기준이다.)

우리의 사고와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글쓰기는 '언어'를 다루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사고력과 표현력의 기본과 직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그런 사고력과 표현력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된 사람에게 몇가지 잡스런 글쓰기 기술이나, 쉽게 쓰기, 좋게 쓰기, 흥미롭게 쓰기 등을 가르치는 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건, 사고력과 표현력과 논리 그 자체를 길러나간다는 말이다.

지난번에 서울지부에서 엠건이, '내용'만 어떻게 모두 만들 수 있으면, 글을 정리하고 퇴고하는 건 다른 사람이 해줄 수도 있으니까, 내용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나는 딱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 게, 글을 어느 정도 정리된 형태로 써서 표현할 수 없는 사람은, "내용" 또한 난삽하고 정리가 안 되어 있거나 논리적이지 않거나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국 글쓰기를 가르치려면, 매우 긴 기간 동안 상당히 혹독한 연습량을 주어가며 하는 수밖에 없다. -_-
그도 아니면 아수나로에 들어오기 전부터 어느 정도 글쓰기 기술을 갖추었던 사람을 좀 더 훈련시키거나
학교 교육이나 다른 삶의 과정 속에서 사고력과 표현력을 길러서 오길 기다릴 수밖에.....
나만 해도 별로 글쓰기를 누구한테 배운 게 아니라, 중-고등학교 동안 혼자서 미친 듯이 습작들을 생산해서 수첩들을 버려가며 좀 글 같은 글을 쓸 수 있게 된 거니까.
내가 교사한테 지도를 받은 것은 시를 쓸 때 시 내용상 자의식 과잉이라거나 뭐 이런 평가를 받았던 거랑, 논술 수업할 때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분량에 맞춰 논술 써내기, 그리고 인용한 것에 주석달기 정도다 ㅡㅡ;



v

사고방식에 대한 고민이나 글쓰기뿐 아니라, 다른 기능들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있다. 포토샵 다루는 법, 프리미어 다루는 법, 이런 식의 것들은 오히려 짧은 시간이 필요한 편일 것이다.

뭐, 그래서 내 이야기는 어느 정도 욕심은 버리고 좀 길게 보고 공부나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더블S도 그래서 좀 조급하지 않게 하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따이루 말처럼 한 주제로 여러 번 더블S를 하잔 것도 괜찮긴 한데... 한편으로는 굳이 그래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우 리가 생각하는 교육이나 공부가 하는 역할은 사람의 생각을 두드려서 자극을 주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 어떤 분야를 아예 파고 들어가서 그것에 대해 빠삭하게 알 필요가 있을까 싶다. (솔직히 나는 여성주의적 사고방식이나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익히려고 하고 글도 많이 읽었지만, 정작 여성주의의 역사나 어떤 사상가가 어쨌다거나 이런 건 잘 모른다. 그런 거 솔직히 몰라도 된다.)
그래서 2번 정도는 한 주제를 파는 것도 유의미하지만, 그 이상으로 상세하게 팔 필요가 있을까 싶다.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극을 주는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서울지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소모임은 좀 누가 나서서 하나하나 추진해갈 필요가 있다. 각 분야별로... 하지만 포토샵이나 웹기술 같은 건 가능할지 몰라도- 나머진 어떨지.
글쓰기 같은 경우는 아예 같이 연습하거나 훈련하자는 이야기를 꺼낼 엄두가 잘 안 난다는 거다. 그런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있는 사람은 글쓰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결론은 아수나로 북 나오면 잘 읽자는 거?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