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것같은꿈

눈물은 아래로 떨어지지만 새가 마신 눈물은 새와 함께 날아오를 수 있기에

공현 2009. 2. 14. 17:57


(제목은, 이영도 씨가 『눈물을 마시는 새』 뒤쪽 부록에 써둔 표현에서 빌려온 겁니다. 별로 신경쓰실 필요는 없어요. )


며칠간 인터넷이 뜸-했습니다.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었거든요. 노트북 배터리 연결 잭도 집에 놓고 가서 밖에서도 못 썼고-


저번주 수요일에 아수나로 서울지부 모임을 마치고 난 뒤에, 지하철 안에서, 이상하게 눈물이 마악 나더라구요. 주변에 사람들 무지 많은데 -_-; 그나마 앉아서 고개 숙이고 있었으니 다행이지 서서 울고 있었으면 ㅎㄷㄷ

그리고 바람한테 전화를 해서 또 울다가 (이럴 때 애인에게 전화를 안 하면 언제 전화를 하겠습니까! 물론 평소에도 맨날 전화하지만-)
신림역에서 바람 기다리면서 또 50분 동안 울다가

나중엔 나올 눈물이 더 없는지 눈물이 안 나는데, 하도 울어서 수분이 부족해졌는지 입안은 바싹바싹 타고 체온은 오르고-

그러니까, 요는, 울 때는 수분 보충이 중요한 겁니다;;

사실 그냥 바람한테 갔어도 됐겠지만, 그날 밤 10시에 잡혀 있던 회의가 다음날 아침 9시 반으로 미뤄져서 신림 주변을 떠날 수가 없었어요. 도저히 9시반까지 신림으로 올 자신이 없어서.

그 뒤에도 거의 밤 1시까지는 울다가 그치다가 울다가 그치다가를 반복했다지요;;



왜 울었는지 딱 한 마디로 정리할 수가 없다는 게- 조금 난감하긴 한데요.

그냥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어떤 큰 일이 있어서 눈물이 나는 게 아니라, 계속 거쳐왔던 작은 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순간들.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영양이 부실해지는 순간 발병하는 감기나 결핵 같은 병처럼- 피곤하거나 지치는 어느 순간에 한꺼번에 머리 속을 헤집어놓는 것들. (저만 그런가;)


그래서 그때 느꼈던, 그리고 했던 생각들을 모두 다 이야기로 옮겨놓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겠으나-

한 가지만 쓸게요.



제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병 중에 하나는,
청소년인권활동가가 저 하나만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는 거죠.

아, 저 하나만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게 일을 제가 다 해야 하는 줄 안다는 뜻은 아니구요 -_-;

청소년인권운동(또는 아수나로일 수도 있고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일 수도 있고...)을 삶에 중심에 놓고 계속 해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저 하나 뿐인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달까요.
다른 사람들은 청소년인권운동을, 또는 아수나로를, 또는 네트워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싶은 회의라거나, 뭐 그런.

이런 생각은 물론 같이 열심히 활동하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모독일 것이고, 자기중심적인 발상일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항상 억제하려고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건 또 어려운 일이에요. 닭장차로 둘러쌀 수도 없고 말이죠.

그걸 외로움이라고 표현해도 될지, 아니면 지치는 거라고 표현해야 할지, 어떤 단어를 갖다 붙여 감정을 분류하든지 간에, 그런 느낌인 거죠.


그건 제가 다소 지나치게 독자적인 탓에 '동료'는 있어도 '동지'는 없기 때문에(이건 단지 감상이 아니라 어느 정도 사실적인 이야기인데) 처하게 되는 상황들이라거나, 느끼게 되는 감정들 --- 뭐 이런 것들과도 심정적으로는 연관이 되어 있겠네요.



그런 느낌이 강하게 확, 다가오는 지난 수요일 밤 같은 날이면 아찔한 기분이 들곤 해요.

제가 하는 청소년인권운동이 몇 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건 사실 저한테는 별로 큰 문제는 안 될 거예요.
왜냐하면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저는 제 청소년인권활동가로서의 삶을 긍정하고 계속 이런저런 방식으로 걸어갈 테니까요.

하지만 제가 하는 청소년인권운동이, 그 옆에 같이 할 사람이 아무도 없고 단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밖에 없다면, 그건 굉장히 지치면서도 아찔한(부정적 의미에서) 일일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우는 거겠죠.


(제가 그날 모임에서 울지 않고 나와서야 운 건, 글쎄, 제가 어쩔 수 없이 남성으로 사회화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모 회원들 등등 덕에 안 그래도 어수선한 분위기에다가 저 자신도 꽤 흥분(부정적 의미에서)되어 있었기에 감정을 드러내면 제 쪽에서 극단적인 폭력성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였을 수도 있겠지요.)


-- 뭐 그래서, 그러니까 어떻게 하자, 라거나 해라, 뭐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
그렇게 울었다, 라는 이야기를 그저 전하고 싶은 것이지요. (그 이면에 숨은 욕망은 알아서 해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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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떨어져도, 새가 마신 눈물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지요.

나의 새들을 내가 예비할 수 있기에 (나의 바깥에든, 나의 안에든, 경계선에든-)

눈물을 마시고 자라는 나무도 있고-



여하간 또 곧 다시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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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떨어져도, 새가 마신 눈물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지요.

나의 새들을 내가 예비할 수 있기에 (나의 바깥에든, 나의 안에든, 경계선에든-)

여하간 또 곧 다시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