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복도

공현 2008. 1. 11. 13:58

복도


운동화 소리가 달려간다
먼저 간 발작소리를 그 다음 소리가 서둘러 밟는다
발소리는 나무로 된 문을 두드려도 보며 무쇠로 된 창틀을 흔들어도 보며
달려간다 길게 웅크린 복도를
누구와 부딪힐 뻔한 것 같다
아니다 아무와도 부딪지 않았다
저기에서는 누가 풀을 뜯는 듯하다
그래도 뿌리가 삶을 놓치는 소릴 들을 수 없는
발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온 벽을 차며 달음박질친다
화장실을 지나친다 하얀 비상구 표시가 보인다 계단도 지나쳐버린다
막힌 벽으로 빨려 들어간다
막힌 벽은 막히지 않아서, 막힌 벽에 닿으면
발소리는 저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벽에는 거미도 죽은 거미줄이 팔을 늘어뜨리고 있다
끝내 누구의 예술처럼 길어질 순 없는 하루들이
그 껍데기들이
먼지처럼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