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것같은꿈

31일 밤에 내가 당황하게 한 사람들에게

공현 2009. 4. 4. 10:31


음;; 일단 직접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지 못하고 이래저래 지금에야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에 사과를 구하며,


그러니까, 그거 참, 대체 왜 울었냐, 그렇게 물으면 참 답하기가 애매한 게,
심리적 작용이라는 게 명확하게 개념적으로 분리되는 것도 아니고,
쉽게 하나로 딱 정리할 수 있는 어떤 계기나 사건이 있을 만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거지요.


대략적으로 몇 가지만 정리하면

1 OOO와 OOOO은 왜 이렇게 내게 함부로 대할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 -_- 뭐 상처라면 상처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2 힘들어서 기대려고 해도 쌀쌀맞은 사람. 물론 이건 그냥 내 이기심이고 감히 요구하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3 몇년 동안 재차 확인해온 의사소통 불가능성으로 인한 피로감
4 2~3일 동안 누적된 수면 부족
5 왜 어떤 사람들은 재만 뿌리면서 온갖 태클은 다 거나?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주면서 태클을 거는 건 언제든 환영이지만. "알아서해. 난 맘에 안 들지만."라는 식으로 일임하다가 정작 결과 나오면 "헐 뭐임" 이러면서 온갖 태클을 다 거는 -_- 최소한 나는 내가 안 끌려서 무관심하게 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결과를 가지고서 그렇게 반응하진 않는데. (완전 투덜투덜)
기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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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 다른 이야기는 특별히 설명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은데
'의사소통 불가능성'의 문제에 대해서만 푸념을 하자면 말이지요
쉽게 말해서 저의 어휘와 문법은 다른 사람들의 '상식적인' 어휘 및 문법과 은근히 거리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제가 특별히 우월하다거나 잘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별종'이나 '이종'이라고는 부를 수 있어도.)

인권/사회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은 대개 사회에서 '별종' 취급이긴 해도
보통 그 동기나 사고방식, 사고를 구성하는 어휘와 문법은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정치적인 몇 가지 어휘들, 예컨대 '사회주의''공산주의', '평준화', '평등' 뭐 이런 것들에서는 상식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요.

'자유', '수단', '욕망', '거래' 기타 등등의 어휘들이 철학적 차원에서 재구성되어버린 경우는, 이건 뭐 더 이상 '활동가'라는 말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거기에 상식적 어구들과 문법[논리]적인 문제들까지 얽히면, 따져보면 그리 많은 것들이 다른 건 아닌데도 서로의 논리는 태양과 해왕성의 거리만큼이나 멀어집니다.
'수단과 목적은 일치해야 한다'라는 말에서, '수단'과 '목적'이라는 어휘의 재정의도 그렇지만, '수단과 목적의 일치'란 무엇인가, 부터 따져들기 시작하면 대체 이건 뭐.


사람들은 종종 제가 하는 말을 '어렵다'라고 묘사합니다.
뭐, "내가 이해하기 어렵다"라는 의미에서는 맞는 말입니다만
그게 쉽고-어렵고 하는 위계나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거든요.

"같이 잘 살자고"라고 말하는데 대체 "같이 잘 산다"라는 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그러니까 그게 미래형인지 현재형인 건지부터, 잘 사는 게 어떤 건지, '같이'는 또 정확히 어떤 건지 이게 미칠 듯이 모호하단 말이예요.
"여러분을 욕하며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친구가 되십시오. 그게 운동입니다"라고 하는데, 아니 대체 '친구가 된다'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죠. 술 한 잔 사주면 되나, 아니면 정치적으로 설득하란 건가, 아니면 뭐 같이 살란 건가, 친구가 되란 게 대체 뭥미...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있나요?

사는 게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게요.
그런 모호한 말이 나올 때, 저는 그 모호한 말을 해석해내야 한단 거죠.
제가 하는 말은 '어렵다'라는 원성을 들으며 해석하고 설명할 것을 당연히 요구받는데요.
제가 만약 '상식적인' 문법과 어휘들로 이루어진 말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면, 더 이상한 인간, 깐깐한 인간이 되기 쉬우니까요.
물론 가끔은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모호하고 상식적인 수사를 쓰지 말고 설명할 것을 요구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런 걸 일일이 요구하다보면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비효율적이잖아요? (거기다가 가장 피곤할 때는 왜 그게 요구받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왜 그 말이 모호한지, 설명이 필요한지, 너무나 상식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작 그 말의 의미를 스스로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면서)
어쨌건 입시체제 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련한 눈치와 제가 축적한 일반상식의 지식들을 조합해서 저런 말들을 해석하고 추측해가면서 대화를 나누는 겁니다.

네, 이 사회의 말에는 위계가 있죠.
어렵고-쉽고의 위계도 분명히 있는 거고
다수-소수의 위계도 있는 거죠.
제가 좀 '지식엘리트'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부정하지 않아요 저는. 하지만 제가 지식이 많이 필요한 인용이나 개념들을 남발하는 게 아니라, 단지 기존에 통용되는 말을 엄밀하게 따져서 재정의하고 재구성한 말을 쓰는 거라면, 저는 그게 '지식엘리트'적 속성과는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연관은 있지만.


이런 설명을 하는 게 저는 이제 지긋지긋하고 피곤할 지경이에요. 나한테 설명을 요구하는 일이 말이죠. 그래서 제 어휘와 문법을 한큐에 정리해서 책으로 써버리고 싶은데 그럴 내공과 시간은 또 안 되고,
또 하나 두려운 건 그렇게 책으로 썼더니, 책이 너무 어렵다며 그 책에 대해 또 설명을 요구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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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뭐 어쨌건. 길게 푸념을 해버린 꼴인데.
그날 인문학 가르치신다는 변 선생님의 '상식적인' 발언에, 또 너무 피곤해져버려서.

직접적인 계기는 2, 3, 4번이고 1, 5번은 누적된 계기? 아 3번도 누적된 거긴 하네요.

어쨌건 부족하나마 설명이 되었길 바라며;
가끔은 술 먹고 우는 그런 날도 있는 거죠 뭐 -_-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