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우산

공현 2008. 1. 13. 22:38
우산

빗방울이 머리를 내밀으라며
지붕을 두드리는 날이면
젊은애는 침침한 방 서성이며
천원짜리 분홍빛 우산을
천장 아래 펴들고 돌려본다
액세서리 하나도 달지 않고서

눈 밑도 마르도록 바람 불던 날들에
세 번쯤은 뒤집혔던
우산이지만

공장에서 굴러 나왔을
일천원짜리 분홍빛 우산
하도 뒤집혀서 자꾸 비틀어지는 은빛 살

  네 치마폭 속에 손가락을 넣고
  네 뼈를 고르고 있을 때면
  「천원으로 돌아가는 국가경제」
  라는 집 앞 천원샵의
  반짝이며 젖어드는 간판
  너를 산 곳의 싸구려 간판
  그런 것을 떠올리며 웃곤 해

오늘
비가 머리 내라고 부르는 날
젊은애는 머리 내지 못하고
삐걱대는 우산은 방 안에서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