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

키노의 여행, 아이의 나라

공현 2009. 7. 8. 20:28
「아이의 나라」 -Burn Up-

(전략)

많은 어른들이 모여 차례차례 그곳에 여러 가지 물건들을 던져넣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TV와 연결하여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계와 만화만 실린 책, 여러 장을 모아서 즐기는 카드 게임이었습니다.
“…….”
그런 어른들을 아이들은 XXXXX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장갑을 벗고 잠시 손을 녹인 키노는 모닥불에 물건을 던지다 잠시 쉬고 있는 한 어른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뭘 하는 겁니까 하고.
어른은 대답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비뚤어졌지 뭔가. 그건 우리가 어릴 적에는 없었던 저 물건들 때문이지. 그래서 전부 빼앗아서 처분하고 있는 거라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아이였을 때처럼 순수하고 말 잘 듣는 아이다운 아이로 돌아올 거야.”

(중략)

“자, 여행자님께 뭐든 질문을 해보렴.”
어른들이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XXXXX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자 어른들이 누구 없니? 하고 물었습니다.
“뭘 물어봐야 되나요?”
한 아이가 물었습니다.
“뭐든 좋단다. 네가 정말 궁금한 걸 물어보렴. 이 나라의 어른들에게는 물어볼 수 없는 걸 물어보는 건 어떨까?”
한 어른이 대답했습니다.
아이는 그럼 하고 입을 열며 키노를 올려다보았습니다. 키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여행자님, 제발 가르쳐주세요―.”
아이는 진지한 태도로 키노에게 물었습니다.
“이 나라의 어른들을 전부 불태워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이들이 모두 키노의 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어른들이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왔습니다.
키노의 앞에 나란히 서 있는 아이들 중에서 조금 전 질문을 했던 아이는 없었습니다.


키노의 여행 -the Beautiful World- 10권 컬러페이지 中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쿠로보시 코하쿠 일러스트. 김진수 역. 대원씨아이. 2008년.)




키노의 여행을 보다보면, 시구사와 케이이치 씨가 아이-청소년의 문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든다.

뭐 키노의 여행 자체가 굉장히 다양한 사회적 이슈-문제들에 대해 폭 넓게 짤막짤막한 생각들을 던지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특히 키노가 처음 여행을 떠나게 되는 걸 그린 에피소드인 "어른의 나라" 같은 경우는 굉장히 직설적으로 아이의 사회에서의 지위랄까,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이랄까 그런 사회화 과정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을 드러내고 있다.
"어른의 나라"에서 어른이 되는 것은 "하기 싫은 일도 웃으면서 묵묵히 할 수 있는 사람",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아서 그 일이 좋든 싫든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아이에서 어른이 될 때 뇌의 일부를 개조하는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그걸 거부하겠다고 말한 키노를 키노의 부모는 아무렇지 않게 죽이려고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또한 우리가 흔히 '사회화'라고 부르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묻게 된다. 카도노 코우헤이는 부기팝에서 어차피 모든 인간은 세뇌당한 것이고, 사회화란 세뇌라는 멘트를 날린다. 사회화는 분명 폭력이다. 하지만 그 폭력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지 않은가? 그럼 '어떤' 폭력이냐 하는 질문으로 돌아오는 것인가.)


또한 그 이후에도 2권에서 '과보호' 에피소드라거나 기타 등등은 아이-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적 억압이나 규제, 사회적 태도에 대해 다소 신랄하거나 비판적이거나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과보호'는 정작 전쟁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아동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아동에게 얼마나 좋은 장비를 입히느냐 하는 거롤 옥신각신하는 부모의 이야기.)




키노의 여행 10권 컬러페이지에 등장한 '아이의 나라'(위에 짧게 인용한)는 어른들에 의한 아이들에 대한 폭력을 한 번 더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짧은 에피소드다. '아이의 나라'는 1권의 '어른의 나라'와 거의 동일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어른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사회. 그 사회에서 이를 거부한 아이에 대한 어른들의 직접적인 폭력.

이처럼 '순수하고 말 잘 듣는' 아이에 대한 환상-욕망은 그런 틀을 대놓고 위반하는 아이의 존재를 지우고 배제하는 폭력에 이른다.

아, 물론 그 전부터도 불 속에 아이들의 물건을 던져넣는 어른들의 행위는 폭력이었지만.





(키노가 사실은 여성 청소년, 이라는 것도 키노의 여행을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생각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