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양치질

공현 2008. 1. 13. 22:43
양치질

하루에 두세 번씩 반복되는
습관적인 다소 경박한 의식
왜 거품을 물고 속을 감추려는지
문득 거울에 물어보아도
사각사각 권태롭게 표백된 소리

이에 생긴 검은 흠을 감출 수 있단 듯
레몬향 섞인 흰 것을 잔뜩 묻혀 긁어대다가
붉은 기가 섞인 거품을 삼킨
추억 같은 꿈
어디다 처박아 두었는지 모를 일기장
'오늘은 양치질을 하다 잇몸에서 피가 났다. 치과에라도 가봐야 하나?'

이제는 입을 꾹 다물고 거울도 보지 않고 그저 습관적으로 아무 말도 않는 것
코 뒤로부터 닿아오는 매운 내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

나는 내가 왜 이를 닦는지 잊었고
그 사이에 이빨 뒤편에선
벌레구멍이 조금씩 커지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