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아이가 울고 있다구

공현 2008. 1. 13. 22:52

아이가 울고 있다구


벽 밖에서 어린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책 위로는 불개미 몇 마리가 기어가고
나는 지금도 인형이다


인형을 내버리려 장롱에 기어든다
장롱 속은 까맣게 조용하고
나무 냄새와 옷 냄새가 조용한데
조그맣고 빨간 더듬이로 웃고 있는 불개미들이
손등을 기어간다
나는 지금은 창고 속의 인형이다


밖에서는 발정 난 고양이새끼 몇 마리의
시끄러운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방은 조용하고 장롱 안도 조용하다
얼룩진 밤
나는 문을 열고 옆집으로, 또 그 옆집으로,
얼룩 너머로 달려가야 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