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부러진 선풍기

공현 2009. 12. 11. 15:17



부러진 선풍기

날개가 가출했다 어느날
문은 열려있지 않았지만
날개들은 가출했다

집을 나간 날개들이
어디를 갔는지는
하얗게 떨어뜨리고 간 바람의
자취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누구에게 날을 세웠는지
어디에서 잠을 자는지
홀로 남은 날개만이
창살 속에서 궁금해 할 뿐

창살 속 허공이 외로운 날개를 흔든다
흔들리는 날개는 돌지 못한다
혼자 쓰게 된 방 안에서
제대로 숨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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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 쓴 시.

어째서인지 난 썩 맘에 들어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꽤 싫어하지 않더라.





실제로 선풍기가 부러지면 버리거나 고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