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강제 명찰 부착은 학생인권 침해로 사라져야 한다

공현 2009. 12. 14. 14:03

논평 초안으로 썼던 것;;;;;;





강제 명찰 부착은 학생인권 침해로 사라져야 한다

- 학교의 명찰 제도 개선을 권고한 국가인권위 결정을 환영한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교복에 꿰매어서 학교 밖에서도 달고 다녀야만 하는 명찰이 인권침해이며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의 명찰 등으로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일단 우리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이번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붙박이형 명찰을 강제로 달고 다니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결정이 나온 것을 환영한다. 이러한 결정이 청소년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대상으로만 보는 이 사회의 시선에 인권의 이름으로 문제제기하는 한 걸음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와 학교는 학생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일에 익숙하다. 학생들에게 명찰을 달고 다니도록 강제하는 것은 그러한 감시의 일부이다.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항상 드러내고 다녀야 한다는 것은, 그들이 일상적으로 감시를 받으며 누구에 의해서건 자신의 이름을 불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어떤 행동을 하건, 어떤 교사나 어떤 어른의 눈에 띄건, 교복을 입고 명찰을 달고 있기만 하다면 교복과 명찰의 색깔이나 명찰에 표시된 숫자와 이름으로 어느 학교 몇 학년 누구인지를 파악당할 수 있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신의 정보를 강제로 까발리고 다녀야 하며 그 정보를 근거로 통제당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명찰의 진정한 의도인 것이다.


  명찰을 달고 다니는 것이 교복 분실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일부 학교의 주장은, 다분히 핀트가 어긋난 주장이다. 분실을 막기 위해서 이름을 써놓는 것이라면 교복 안감에 이름을 크게 적어놓거나 별도의 표시를 하면 될 일이며, 그것이 모두에게 공공연히 이름 등의 정보를 드러내고 다녀야 할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 또한 학교 안에서 교복 분실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구별이 안 가는 옷을 강제로 입어야만 하는 학교의 반인권적이고 획일적인 문화에 그 원인이 있다. 반인권적인 문화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또 다른 인권침해를 강제하는 셈이다.


   학생이 학생의 본분에 맞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명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자세히 살펴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경찰이나 군인, 공무원처럼 국가 권력을 대변하는 사람도 아니고 직무상 이름과 소속을 드러내고 다니면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공교육기관에서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결국 이러한 주장은 학생을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공의 질서를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하지 않고 명찰 등으로 감시를 내면화하게 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은 반인권적이고 비교육적이다. 뒤집어서 말하면 학생들에게 교복과 명찰만 벗으면(감시에서 벗어나면) 타인의 인권과 질서를 무시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셈 아닌가?

   또한 ‘학생의 본분에 맞는 행동’이라고 말할 때 그 내용 자체가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며, ‘학생의 본분’과 같은 모호한 사유가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명찰을 정당화할 만한 것도 되지 않는다. 만약 명찰이 이런 이유에서 필요한 거라면, 시민들이 법을 지키게 하고 ‘국민’의 본분에 맞게 행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 거주 지역에 따라 색깔이 구별된 옷을 입게 하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은 명찰을 다니게 하면 되는 것인가? 이렇게 ‘학생’을 ‘시민’이나 ‘국민’으로만 바꾸어봐도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발상인지 알 수 있다.


  이처럼 국가인권위가 탈부착이 불가능하도록 교복에 꿰맨 명찰이 인권침해라고 결정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가 이번 결정에서 학교 안에서의 명찰 부착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유감스럽다. 국가인권위는 “단체 생활을 하는 학교 내에서 학생 생활지도 및 교육에 필요한 경우로서 합리적 이유가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학생 생활지도 및 교육에 필요한 경우’가 무엇인지는 입증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인권침해를 정당화해준 잘못된 결정문이다. 명찰과 같이 감시를 내면화시키고 일방적인 권력 관계를 만드는 제도로는 민주적․인권적인 교육을 할 수 없고 인권에 대한 둔감함을 학습시킬 뿐이다. ‘생활지도’를 위해 학생의 이름을 까발리고 다녀야 한다는 것도 이상한 논리로, 명찰을 통해 감시하고 통제하는 관계는 제대로 된 생활지도가 아니라고 봐야 한다. 학교 규율이 인권을 존중하는 내용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은 유엔아동권리협약도 명시하고 있는 사항이다. 

  학교 안에서도 당연히 학생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까발리고 다닐 것을 강제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다. 국가인권위가 학교의 인권적 변화를 요구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인권을 무시하며 학생들을 통제하고 감시할 대상으로 보는 시선에 손을 들어준 듯하여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취급하며 학생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수단이 되는 명찰 부착 강제가 학생인권침해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이를 없앨 것을 요구한다. 또한 그 첫걸음으로라도 국가인권위가 이번에 내린 고정명찰 부착 개선 권고를 전국의 학교들이 진지하게 고려하여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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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고;; 그때 뭔가 시간과 날짜가 이래저래 안 맞으면서 결국 시간 맞춰 못 냈던 거예요 ㅠㅠ ㅠㅠ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낼 초안이었던 셈이지요-

정 학교가 교육공동체가 아니라 어느 한 쪽이 감시당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명찰은 오히려 국가 권력을 대리하여 공교육에서 권한을 가진 학교 관리자, 교사 등이 달아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를 쓸까 하다가 쓸데없이 길어지는 면도 있고 해서 뺐습니당. 논지가 복잡해지는 것도 있고





 명찰 논란은 그냥 나오고 말 줄 알았는데 여전히 논란 중이군요-_-
나온 지 꽤 됐는데도 언론 기고글이나 블로그 글도 좀 올라오고 있고

그래서 청소년 한 명이 기고글을 써서 언론들에 기고하기로 했답니다.

어차피 묻히게 된 논평 초안이니까....







개의 본분을 잊은 개에게 견복과 명찰을.... 달 수야 없지 않은가 -_-
(그나저나 흡연과 음주가 '본분을 벗어난' 행동이라는 것 자체가 자의적인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