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꿈

시 - 중얼대는 낙서

공현 2008. 1. 13. 23:20

중얼대는 낙서

 
벽에는 얼룩뿐이었다
얼룩들은 여기저기 꼬인 채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는내꺼니께건들지말도록-**###♡###나축어->나추워기질특이성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세크레틴스테로이드글로코오스키네틴바르다 마나벤젠탄소화합물한국독립군광주1998미적분sinx'=cosx논리적사고호박개키농문구녕sexy뷩신약후자꽃우비연태싫어十世期딴나라당열대우 림당民主主義여만세개새끼나줄인간제존재의문제현대적주체의비판적고찰SUGAR

 
낙엽이 벽 위에서 숨결처럼 반짝이는 문자처럼 부스러져도
반응없는 대답없는 독백
낮고도 조용하게 떨림없이 반복되는 중얼댐
일요일 저녁 뉴스 앵커만큼 권태로운 중얼댐
전투기 소리처럼 공허하게 울리는 중얼댐
라디오 주파수 대역 밖의 침묵 같은 중얼댐


대답이란 눈빛이 하는 것이라
나 또한 거기에 대답할 수 없었다
서로를 마주보려 하지 않는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는 얼룩들에는


다만 나는
낙엽을 쓸어 모을 때 생긴
작은 손자국 하나
그것만 벽에 남겨두고서
계속 벽에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위의 낙서를 죽 늘어놓은 것은 사실 실제 낙서+제 망상입니다. 약간은 패러디도 있고.

이 시를 쓰려고 몇 개 반을 기웃거리며 교탁에 써있는 낙서를 메모하고 다녔답니다.